Food and the City 프로슈토 / 햄과 이탈리아
원래 가공된 육류를 좋아하지 않았던 내 식성으로 그다지 즐기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빵에 넣어 먹거나 술안주로 치즈와 함께 먹으면서 슈퍼에 가면 꼭 햄과 소시지 코너에 들리게 된다. 슈퍼에 가면 이런 햄이나 소시지 코너가 아주 길게 들어서 있고, 가격대도 싼 것은 1000원대에서 비싼 것도 5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가볍게 먹기 편한 가격대와 잘 포장되어 상당한 기간 보관 가능하기 때문에 장바구니에 항상 들어가기 쉽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정육점처럼 신선한 햄을 큰 덩어리로 놔두고, 점원에게 부탁을 하면 그램 단위로 팔기도 한다. 그 종류도 몇십 가지 종류라서 맛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주 먹는 것을 주문하게 된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유럽산 생 햄이라 하면 하몽과 프로슈토 정도 일 것이다. 하몽은 스페인에서 만드는 스페인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반 건조 생 햄을 지칭한다. 하몽 세라노와 하몽 이베리코 등이 유명하고,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하몽은 매우 고급으로 그중에도 빠따 네그라라고 하는 베요타 검은 돼지를 쓰는 하몽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스페인에 가서 타파스를 먹게 되면 꼭 시키게 되는 메뉴이다.
프로슈토는 건조한다는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한 이탈라이의 반 건조 생 햄으로. 하얀 돼지의 뒷다리 허벅지는 소금에 절여서 9개월에서 2년간 숙성해서 만든다. 특히 파르마산 프로슈토가 유명하다. 스페인은 흑돼지를 사용하고 이탈리아는 하얀 돼지를 사용하는데, 맛도 사실 조금 차이가 난다. 스페인의 하몽 쪽이 조금 더 기름지고 프로슈토 쪽이 조금 더 담백한 맛이다. 물론 하몽 세라노는 흰 돼지를 사용해서 거의 프로슈토와 맛이 비슷하다.
출장으로 이탈리아 파르마 근처에 방문하게 되었을 때 내 머리는 파르마 생 햄으로 가득했다. 이름을 많이 들었었지만, 지금까지 자주 먹지는 못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다지 음식을 먹을 시간은 많지 않았고, 미팅을 마친 후 다음 미팅을 위해 밀라노로 돌아갈 시간 때문에 시간이 빠듯했다.
미팅 내용도 그다지 만족할 만하지는 않았고, 시간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가라앉은 마음으로 차로 이동하기 전 길가에 있는 피자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보통 출장을 가면 하루에 5-6시간 정도 운전하는 것은 일반적이라서 며칠간의 긴 운전으로 인하여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 운전자들의 난폭한 운전과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이번 여행은 조금 더 힘들었다.
하지만, 피자집으로 들어가 주문한 피자는 루꼴라와 파르마산 치즈 그리고 파르마산 프로슈토가 올라가고 올리브 오일을 충분히 뿌려서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가격 또한 7천 원 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피자의 빵 부분은 매우 얇고 바삭하게 구워져서 고소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물었을 때의 짭짤한 프로슈토의 맛은 치즈와 함께 입안에 들어와서 미팅과 운전으로 지쳐있는 나에게 충분한 만족감과 영양을 주었다. 단 10분 정도의 짧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 밀라노까지의 2시간 정도의 운전을 시작하면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봄이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한국의 심야 라디오를 들으며 녹색 산과 강들을 지나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