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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GO Nov 25. 2021

Food and the City

일본 오이타 - 성게 덮밥

대학생 시절, 2량의 작은 빨간 전철을 타고 가끔씩 근처에 있는 오이타로 당일치기 외출을 다녀오고는 했다. 당시 학비와 기숙사비 외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했기 때문에 항상 근검절약하며 살았고 있었는데, 오이타 시내까지의 전철 비용으로 약 만 오천 원 정도 그리고 점심을 먹고 간식거리를 사 먹고, 잡화점에 들려서 쓸데없는 것을 산다던지, 가라오케를 간다던지 하는 데 3-4만 원 정도 전부 해서 5만 원에서 6만 원 정도 사용했는데, 당시에는 내 아르바이트 시급은 8000원 정도여서 5-6만 원은 상당히 큰돈이었다.


어느 날 당시 썸을 타고 있던 친구와 함께 오이타에 가서 놀고 오기로 하고 토요일 아침 벳 부역 앞에 있는 이상한 아저씨의 모양을 한 동상 앞에서 만났다. 우리는 빨간 각역 정차열차를 타고 당시에 유행한던 개그맨 이야기나 한국에서 온 소포 이야기 그리고 학교 수업 같은 여러 이야기를 우리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이야기했다. 오이타 역에 도착해서 우리는 일단 잠시 상점가를 걸은 뒤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었으면서 전철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통 오이타에 가면 점심으로 자주 가는 음식점이 있어서 토리텐이라는 향토음식을 먹는데, 우리가 잘 아는 카라아게와 비슷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보통 가슴살로 되어있어 담백한 편이지만, 약간 퍽퍽해서 같이 나오는 폰즈소스에 찍어 먹는 게 일반 적이다. 밑간을 보통 마늘을 사용해서 하는데, 한국인 입맛에는 상당히 잘 맞는 음식이다.


그날은 뭔가 새로운 것이 먹고 싶어서 우리는 생선요리를 파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사시미 정식이나 해산물이 올라간 덮밥이나, 생선구이 정식 같은 게 일반적으로 먹는 메뉴였는데, 그날은 뭔가 새로운 음식이 먹고 싶어서 성게 덮밥에 눈이 꽂혔다. 노란 성게가 잔뜩 올라가 있고, 그 옆에는 조그만 오이가 장식되어 있는 매우 심플한 덮밥이었는데, 가격이 25000원이었다. 당시의 나는 자기 자신에게 인색한 편이라서 나는 저렴한 생선구이 정식을 먹고 같이 갔던 친구에게는 성게 덮밥을 추천했다.

성게는 부드러운 크림 같은 맛이고, 그 안에 바다향을 연상시키는 성게만의 독특한 풍미를 가지고 있고, 그 위에 살짝 간장을 뿌리면 짭조름한 맛이 더해져서 밥과 함께 먹으면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더해진다. 일본에서는 보통 자기 음식은 자기가 먹는 습관이 있어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나에게 먹어봐라고는 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25000원짜리 음식을 대학생 때 별로 먹은 기억이 없으니 아마도 대학시절에는 비싸서 성게 덮밥을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오이타 여행 후에도 친하게는 지냈지만, 결국에는 사귀는 단계까지 가지는 못하고 그저 애매한 상태로 지내다가 내가 군대를 가서 연락이 끊겼다. 


최근에는 독일에 있는 그리스 식품점 안에 있는 생선코너에서 말똥성게를 추천하길래 10개 정도 사 와서 성게를 칼과 가위를 이용해서 자른 후 안에 있는 성게알을 빼내서 소금물에 씻은 후 함께 사온 갑오징어와 연어를 함께 밥에 올려서 3색 성게 덮밥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성게알을 먹으니 오이타에서 먹지 못한 성게 덮밥과 당시의 내가 생각났다. 항상 애잔하고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시간이지만, 대학교 때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그때 성게 덮밥은 먹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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