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리 석어 보일 때가 있다. 내 꼴이 초라해 보여서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일 때,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장소를 찾아가서 마음의 안정을 구할까.
나는 시를 쓰거나 기댈 곳을 엉금엉금 찾아간다. 사찰로 연꽃을 보러 갔다. 주차장에서 미륵대불 쪽으로 가는 좁은 계단을 오르다가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활짝 핀 주황 무더기를 보았다. 단아하고 고운 자태. 7월의 열기를 뿜 뿜 내뿜고 있었다. 빗속에서도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일편단심, 그 꽃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능소화
님 향한 일편단심
빗속에서도 바래지 않고
화려하게 꽃 피운 주황색 꽃.
그 가는 모가지 세상 무게 견디지 못해
생생한 꽃 숭어리
땅 위에 떨구어 놓고
망각 속에
익어가는 7월
화사한 꽃잎 위에 지문처럼
새겨진 절개
멈추지 마오 내 사랑.
(날 사랑하길 멈추지 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