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쌀 Aug 06. 2022

저릿한 시간



지난 시간은 빠르게 흐른  같다

그렇게 느껴진다.

벌써 8  주도  지났다. 그래도 매일매일  시간을 얻을  있으니 신기하다없어지지 않고 나이처럼 쌓여가는 시간주변에 두루두루 나누어 주며 살아도 줄어들지 않는  시간뿐이다부피가  커지는 느낌이 든다나눌  있는 시간이 있어 그냥 저릿하게 감사하다.

절에서 봉사를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다오늘은 정든 도반들과 설거지했다한겨울에 국화빵을 구울 때도 추운  몰랐다등줄기에서 흐르는 땀이 후덥지근하게 스치는 한줄기 선풍기 바람에 시원하게 느껴졌다. 흐르는 물에 숟가락과 그릇이 시원하게 닦였다 마음을 그릇처럼  비우고 깨끗하게 닦으면 얼마나 좋으랴아니다불교에서는 분별 있는 마음이 번뇌를 키운다고 하지 않던가.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 보았을 후회하지 않고 슬며시 미소 지어지는 일을 많이 만들며 살아갈  있다면, 저릿함이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






 개의 작은  아래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우연이여,

너를 필연이라 명명한  대해 사과 하노라.


필연이여,

혹시라도 내가 뭔가를 혼동했다면 사과 하노라. 


행운이여,

내가 그대를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여도 너무 노여워 말라.


고인들이여,

  기억 속에서 당신들의 존재가 점차 희미해진대도 너그러이 이해해달라.


시간이여,

 순간 세상의 수많은 사물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  대해 뉘우치노라.


지나간 옛사랑이여,

새로운 사랑을 첫사랑으로 착각한  뉘우치노라.


먼 나라에서 일어난 전쟁이여, 태연하게 집으로 꽃을 사들고 가는 나를 제발 용서하라.


벌어진 상처여,

손가락으로 쑤셔서 고통을 확인하는 나를 제발 용서하라.


지옥의 변방에서 비명을 지르는 이들이여,

이렇게 한가하게 미뉴에트 CD 듣고 있어 정말 미안하구나.


기차역에서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여,

새벽 다섯 시에 곤히 잠들어 있어 참으로 미안하다.


막다른 골목까지 추격당한 희망이여,

제발  감아다오, 때때로 웃음을 터뜨리는 나를.


사막이여 제발 눈감아다오,

  방울의 물을 얻기 위해 수고스럽게 달려가지 않는 나를.


그리고 그대, 아주 오래전부터 똑같은 새장에 갇혀 있는  마리 독수리여.


언제나 미동도 없이,

한결같이  곳만 바라보고 있으니,

비록 그대가 박제로 만든 새라 해도  죄를 사하여주오.


미안하구나, 잘린 나무여,

탁자의  퉁이를 받들고 있는 다리에 대해.


미안하구나, 위대한 질문이여,

초라한 답변에 대해.


진실이여,

나를 주의 깊게 주목하지는 마라.


위엄이여,

내게 관대한 아량을 베풀어 달라.


존재의 비밀이여,

 옷자락에서 빠져나온 실밥을 잡아 뜯은  이해해 달라.


모든 사물이여,

용서하라, 내가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할  없음을.


모든 사람들이여,

용서하라, 내가 각각의 모든 남자와 여자가   없음을.


내가 살아있는 한, 그 무엇도 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왜냐하면 내가  길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기에.


언어여,

제발  의도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 다오.

  심각하고 난해한 단어들을 빌려와서는

가볍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써가며 열심히  맞추고 있는 나를.*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