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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쌀 Aug 24. 2022

삶의 서시

해먹



    전망 좋은 물가에 해먹을 치고 누워 본 적이 있는가.  신체의 모든 힘을 빼고 누워야 편할 것 같다. 해먹이 기우뚱해도 물결에 출렁거려도 별일인가 싶게 안심하고 몸도 마음도 맡겨야 하리라.

  문득 해먹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인생살이 얼마나 편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하여 바라는 게 많은가.



   물소리 매미소리 들리는  물가의 해먹에 누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와 옥수수를 먹는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삶의 서시 / 햇쌀





강가 해먹에서 아이가 잠을 잔다



해먹 귀퉁이에 앉은 잠자리



흔들리는 바람에도 미동 없이



삼매를 즐긴다



잠든 아이 눈꺼풀을 두드리는



솔향기



잠자리 날개 짓



가을빛이 고요하다



누군가에게


포근한 품을 내준다는 것은



둥근 등 되는 것.



기우뚱 거리며 가도



아름답게 흔들리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한 번쯤 들어보거나 읽어 보았을 윤동주의 서시! 과연 거장은 태어나면서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노력과 재주의 한계는 분명 있을 듯한데 그것조차 잘 모르는 내가 부끄럽다.




서시 ㅡ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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