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은
체포되기 전 마지막으로 "쉽게 씌어진 시"를 쓴다.
동주는
일제치하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시인으로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나라에서 대학공부를 하고 있는
자신을 부끄럽다고 말한다.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24년 12월 7일
우리는 속았다.
105명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정의로운 척,
그래도 자기들은 자기들이 속해 있는 때 묻은 무리들과는 다르다는 듯이 행동해 왔던,
그래서 기자들의 카메라가 줌인해 주었던,
소위 '소장파'라고 불리던,
그 양의 탈을 쓰고 있었던 젊은 사람들.
그 무서운 젊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속해 있는 무리들이야
어쩌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들은 그들답게 행동해 왔으니까.
그러나 그 젊은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 앞에 양의 모습이었지 않은가,
상당히 정의 쪽에 서 있는 듯 말해왔지 않은가,
육신의 눈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이,
서울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젊은이 앞에서
오늘 부끄럽다.
세상이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을 때,
소나무 허리를 뚝뚝 분질렀던 폭설과
그 폭설의 위세 앞에서
그것들이 추한 모습으로 녹아내릴 것이라고 끼적이고나 있었던
나는 오늘
동주처럼 부끄럽다.
알량한 글일망정
한 줄도 내놓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