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코타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주인공 고토미는 펫 샵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에 오다가 차에 치여 죽어 있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부탄 사람인 남자친구 도르지와 고양이를 외딴 숲에 묻어주고 나오다가, 최근 연이어 벌어지는 동물 학대 사건의 범인들을 맞닥뜨린다. 그들은 고토미를 '인간 학대' 대상으로 점찍고, 그 후 협박 전화를 걸고 납치 시도까지 고토미를 끈질기게 괴롭힌다.
동물 학대범의 협박에 시달리는 것도 한계에 달한 고토미는 그들을 직접 잡으러 범인들의 아지트인 맥도날드로 향한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들을 보고 범인들이 차를 타고 도망치자 그 차 앞에 몸을 던진다.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를 구한 고토미는 결국 그 일 때문에 자신도 차에 치여 죽고 만다.
부탄 사람들은 "죽더라도 다시 태어날 뿐"이라는 사실을 믿기에 "인생을 길게" 본다고 한다. 그래서 고토미는 마지막 순간에 부탄 사람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도르지에게 묻는다. "진짜 다시 태어나는 거 맞지?" 이렇게 되면 고토미와 도르지가 다음 생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나는 에필로그가 있을 법도 한데, 고토미는 죽기 직전 2년 후 도르지가 차도에 있는 강아지를 구하려다 죽는 장면을 목격할 뿐이다. 환생 여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후세계도 다음 생도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걸로 정말 끝인 것 같다.
이 이야기에서 고토미와 도르지는 세상을 구하거나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보다 작은 생명을 사랑하고 그것들을 지키느라 목숨을 잃는다. 윤회에 대해 그렇게 늘어놓았으면서 정작 주인공에게는 이런 결말을 주다니 하고 작가를 원망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 역시 그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동물과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돌고 도는 인생 중에 어쩌다 만난 인연이잖아." 도르지처럼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