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을 돌아보고 새 문장을 기대한다.
조금 긴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내더라도 나무라지 않을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만난 것이 브런치였고 나의 글은 하나씩 싸여갔다. 문장이 유려하거나 스토리가 탄탄해서 독자의 수가 단박에 느는 일은 없었다. 댓글이 주야장천 달릴 만큼 깊은 공감에 이른 것도 드물었다. 꾸준히 일주일에 한 편 정도를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5년을 이어온 결과로 250여 편의 글이 모였다.
나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려 애썼지만 문장을 기술하는 것엔 늘 어려움이 따랐다. 비슷한 소재의 글이 많은데 이 정도의 문장을 쓰려고 그렇게 애를 쓰며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냐는 자책에 빠지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나의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글을 올리다 보니 어떤 글은 운이 좋게 매인 페이지에 선택되어 수천에서 수만 뷰를 장식하기도 했다. 수직상승하는 조회 수를 목격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신이 나서 한번 더를 외쳐봤지만 그런 행운은 자주 오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글은 브런치에서는 주목받지 못해 눈에 띄지 못하다 다른 매체에 실리며 새 생명을 얻게 된 것도 있다. 지역 신문의 편집자 눈에 띄거나 오마이뉴스에 실리며 생각지도 못한 독자에게 읽히는 예상 밖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글이 꾸준히 노출되어 독자가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구글 네이버 다음 등의 포탈에서 유입된 독자인데, 관련 검색어를 통해 특정 정보와 관련된 글을 찾아서 읽었다.
내용을 읽고 깊은 공감을 느껴서 댓글을 달아주시는 경우엔 글 쓰는 보람을 느꼈다. 뿌듯한 기쁨의 에너지로 충전되는 순간이다. 응원의 마음을 금전적 후원으로 보내주시는 분의 격려는 생경하면서도 고마웠다.
글을 올리기 시작한 초반엔 공모전에 제출한 단편이 선정되어 책으로 만들어졌다. 소정의 상금을 받는 것 역시 소중한 추억이었다. 어쩌면 이 모든 다양한 경험의 풍성함이 나를 지치지 않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뭔가 대단하게 엄청나서가 아니라 소소하지만 담담하고 꾸준했기에 그중 가장 가치로운 것을 추려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보려 한다. 단순한 바람으로 끝내지 않고 이번엔 의지로 꼭 실현해내고 싶다.
그래서 미리 책 머리글을 써본다.
나보다 연조가 깊은 브런치 작가들에게는 존경을, 씩씩히 걸어 나가는 작가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힘내서 올해의 글을 써보기 시작한다.
다른 작가의 글도 읽고 좋아요도 많이 누르려 한다. ^^
표지사진 :사진: Unsplash의Cathryn La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