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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국 Sep 15. 2022

그건 니 생각이고

세상은 너에게 관심 없어 그러니 정신 차려

내가 그토록 싫어했었던 팀장과 지금은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주제도 모르던 시절 서로 밑바닥 자존심까지 긁어가면서 싸웠던 사람이다. 영원히 안 볼 듯 헤어졌다. 이후에 내가 그를 마주칠 때도 그를 향한 예의는 차리지 않았다. 나는 그를 철저히 무시했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상황을 팀장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가 내게 보였던 반응은 위로와 공감이었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나의 원수가 나를 보듬었다. 눈물이 펑펑 났다. 다 이해하고 좋을 방법을 찾을 거라는 그의 말은 요 근래 내가 들어본 위로 중에 가장 따뜻한 말이었다.






전자책 앱에서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위로가 간절한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열람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던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책을 써도 되는지 망설였다는 고백을 한다. 이윽고 한 가지 거대한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놀랍게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못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저자는 일어나지 않은 막연한 상상 속 미래를 극복하고 뭐든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 저자가 책을 쓸 수 있게 된 동기와 의식의 흐름을 보며 나 또한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은 나 따위에게는 관심이 없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팀장은 내게 관심이 없었다. 그는 본인을 무시한 후배를 괴롭히고 미워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 충실한 회사 생활을 했다. 승승장구하며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내 말의 증거다. 그가 나를 괴롭히기 위한 생각에 매몰되어 정상적인 회사 생활을 하지 못했다면 그는 지금 위치에 절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책의 저자가 세간의 이목을 신경 썼다면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란 존재는 어쩌면 지구의 먼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타인의 생각과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들은 전부 내 상상 속 생각들이다. 타인의 마음, 진위는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모르는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그러다 혼자 상처받고 마음 아파하는 인생은 사막과 같다. 타인의 행동에 생각과 마음을 지배당하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이란 말인가.


나부터 내려놓는 삶이 필요하다.


하루하루를 짧은 수면시간과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일을 하고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나 피곤하다. 내려놓는 삶이 필요한 이유다.


타인은 내게 관심이 없다.

타인의 행동과 그에 대한 영향은 나와 사실 상관관계가 없다.

그걸 확인하고 알아보고 지례짐작하는 순간부터 삶은 사막이 될 것이다.


그냥 그건 다 니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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