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식의 위로
세상살이, 다부짐은 중요하지! 움츠려 들기보다 기꺼이 상처받으며 살아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비일비재한 상처가 가볍거나 혹은 꽤 묵직한 부피감으로 가슴팍에 꽂히곤 하는데, 정작 그럴 때는 맞서자는 말은 꽁무니를 뺀다. 그대로 내빼고 싶다. 이슬아 책 중에 '나는 도망칠 때 가장 용감한 얼굴이 된다'가 있는데, 이 책 제목 말마따나 있는 힘껏 도망치고 싶어진다. 내 용감성도 도망칠 때 제 힘을 발휘하는가.
‘상처 받으며 크는 거야!’라고 호기를 부릴만큼의 힘도 없을 때, 그러니까 너무 아픈 날에는 약을 발라줘야 한다. 있는 힘껏 내가 나를 껴앉아도 보고 뭔가에 마음을 녹여야 한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도 상처받았나요?’는 상처를 호호 불어주는 따듯한 책이다. 나만 상처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모두들 상처 받고,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사람들이 대화하는 목적은 '내 맘을 알아줘'다. 나의 즐거운 점, 상처받은 점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오늘도 상처받았나요?>에는 딱따구리 스낵바가 나온다. 왕년에 만화가를 했던 주인이 손님들의 상처난 마음들을 알아준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라면서 속엣말을 털어놓게 하거나, 탭댄스를 추게 하거나, 글 없는 책을 주며 낭독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손님들은 노래에, 책 낭독에, 끝말잇기로 지친 마음을 털어놓는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 자신에게 들려줘야 할 만큼
선택의 자유가
가진 자들의 최대 이점이라는 것을
바다민달팽이는 모르고 살아왔다.
그는 몰랐다.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조차도.
이런저런 상처들이 스낵바에서 조금은 아물어진다.
읽는 데 30분도 안 걸리지만 다시 들춰보며, 딱따구리 스낵바 주인을 직접 만난 양 마음이 편안해진다.
틈틈이 상처받겠지만, 여전히 상처받기를 겁내지 않겠다는 마음은 유효하다.
물론 그와 함께 나만의 스낵바를 슬슬 찾아나가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스낵바 주인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아 줄만큼의 공간을 만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