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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Jun 03. 2022

[책]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

술레이커 자우아드의 백혈병 생존기


백혈병에서 생존한 22살의 여성의 이야기

백혈병을 알게 된 때부터 완쾌까지의 기록, 그리고 그녀를 응원했던 이들을 만나러 가는 자동차 여행기


이 책 제목인 ‘엉망인 채 완전한 축제'란 그녀의 지금까지의 인생의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엉망인 걸로 모자라 고통과 슬픔의 극한의 기간이었지만 그것마저도 그녀의 인생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는 것. 작가는 백혈병 투병 중 편지를 보내어 위로를 건네준 이들을 찾아간다. 그녀에게 사형수 릴GQ도 편지를 보냈고, 여정의 막바지에 그를 만난다. 그가 묻는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전부 없던 걸로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교도서에서 플라스틱 판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 나누다가 건네받은 물음. 작가는 "잘 모르겠네요."라고 대답한다. 그 질문을 떠올리면서 작가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아뇨, 나는 내가 아팠던 시간을 지울 생각이 없어요.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그 모든 고통을 없었던 일로 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에게 찾아온 병과 그 시간을 자신의 일부로써 인정한다.



그녀는 20대의 많은 시간을 병원과 분투, 일상을 찾는 시간들로 보냈다. 그 힘든 병에서 생존을 했다 하더라도 다시 일상을 찾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 보였다. '나 병을 이겨냈어!' 짠, 하고 일상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 실제 작가는 완치 후에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윌이라는 (전)남자친구의 환영이 그녀에게 짙게 드리워진다. 일종의 허덕임이었다. 병마와 싸우는 과정에서도 성실히 곁을 지켰고,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던 윌에 대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같은 투병생활을 함께 했던 그녀의 친구들이 세상을 뜨는 것도 그녀를 몹시 힘들게 했다.


이 책은 그 자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투병생활 중 글을 올리면서 저널 형태로 글을 기고하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편지를 받는다. 20대 초반의 환자가 쓴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녀도 글쓰기를 통해 좀더 힘을 내보기도 한다. 완치 후에 자신에게 편지의 보낸 인물들에게 다시 편지를 보낸다. 자신이 미국을 자동차를 타고 횡단하는데, 그 과정에서 만남을 갖고 싶다고 말이다. 여러 종류의 공통 분모로서 나눠가진 우정으로, 이에 응답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몰입감이 좋았다. 다른 책을 넘나들지 않고 이 책만 줄곧 읽었다. 그녀의 투병기가 사실적이고 솔직하게 담겨 있었다. 이토록 소중한 삶임을 새삼 또 엄청난 감사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움직이게 한다. 주저하기보다는 실행했던 그녀의 용기에 나도 많은 힘을 얻었다. 내 안에 잠재된 힘이 엄청날 지도 모르는데 나약함을 인정해버리고 고꾸라지지 않을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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