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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Jan 12. 2024

아기 엄마지만 샤워는 하고 싶어

나는 꽤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온수샤워.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 나는 꼭 샤워를 한다. 덥디 더운 한여름에도 온수로 샤워를 한다. 누군가 이 얘길 들으면 아기 키우면서도 굉장히 깔끔한 사람이다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냥 목욕과 샤워를 즐기는 사람이다.


추운 겨울에는 차가운 바깥공기에 내 맡겼던 내 몸을 온수로 적실 때 세상 다 가진듯한 포근함을 느끼고, 더운 여름에는 뜨거운 여름볕에 흘린 땀을 씻어낼 때 그리 개운할 수가 없다. 특히 머리를 감고 잠자리에 들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나는 샤워를 오래 하진 않는다. 다만 샤워를 하며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때론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육아하는 엄마인 나에게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물론 딸아이가 가끔 들어와 같이 씻자고 할 때도 있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 못지않다. 대중목욕탕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샤워를 하며 아픈 허리와 무릎을 온수로 지지는 것도 덤이다. 이건 출산을 하며 새로 생긴 샤워루틴. 


샤워는 고된 하루의 일상을 마친 나에게 주는 매일의 선물이다. 아이가 셋에, 게다가 이제 100일이 지난 아기도 있으니 샤워하는 게 여의치 않을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눈 꼭 감고 샤워를 고수한다. 이것마저 포기하면...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엄마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많은 걸 포기하고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샤워는 꼭 하고 싶다.


이런 나를 보고 남편은 씻은 거 맞냐는 합리적인 의문을 던질 때가 많다. 음... 씻은 게 왜 저러냐는 눈빛이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래 봬도 난 분명 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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