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 자전거의 묘미에 빠져든지도 그럭저럭 5년이 다 되어간다. 자전거는 육체적으로 강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위안과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교훈-1
오르막은 늘 힘들다. 심지어 경사도가 5도 내외의 얕은 오르막도 벅차다. 그러다, 내리막이 나오면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이것 때문에 타는 것 아니겠어"를 몇 번이고 되뇐다. 그러다, 조금만 가면 또 오르막을 맞닥뜨린다. "이 힘든걸, 내가 미쳤지, 이 짓을 왜 하지" 하는 생각들이 흐르는 땀 속으로 연신 지나간다. 산이 즐비한 대한민국의 땅 어디에도 내리막만 실크처럼 놓인 길은 없다. 운 좋게도 평지로만 이루어진 길을 만날 수도 있지만 대체로 반은 오르막, 반은 내리막이다. 오르막을 잘 오르기 위해 장비도 바꾸고 하체 단련도 꾸준히 하지만 여전히 숨이 벅찰 정도로 힘겹다. 그러다, 시간이 지난 어느 순간에 더 이상 내리막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곧이어 오르막이 나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월이 조금 지난 이제는 내리막을 딱히 즐거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르막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함을 알기 때문이다. 삶도 그러하리라고 되뇌면서.
#교훈-2
인근의 해발 600미터 정도의 산을 오를 때이다. 초보인지라 최소한 3~4번은 쉬어야 끝자락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항상 고비가 있다. 딱 턱에 차오르는 지점이 있다. 예외 없이 자전거는 그곳에서 멈췄다. 설령 힘이 남아돌더라도 머릿속은 "나는 여기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멈춰야 해"라고
신호를 주는 듯했다. 마치, 중학교 시절 앞에 앉은 녀석이랑 시비가 붙어 계속 우위를 점하다가 그 녀석의 아무렇게나 휘두른 주먹에 내 코가 맞았고 코피가 났다. 그 이후 그 녀석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존재라고 각인된 것과 닮았다. 그러다, 어느 날 출발 전부터 오늘은 죽더라도 논스톱으로 오르리라고 머릿속에 단단히 주입을 시켰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그 꼭짓점에 도착해도 본능적으로 페달질을 하고 있었다. " 아,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구나 " 느끼는 순간이었다. 작은 성공의 축적이 큰 성공을 가져온다는 것을 배운다. 육체 그 어느 곳에도 기억의 장치는 없지만 신기하게도 작게 작게 이루어낸 성과물이 나의 기억 속에 콱 박혀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것이다.
#교훈-3
쉬운 오르막도 얼마를 가야 하는지 모르면 힘듦은 배가된다. 중도에 쉽사리 포기할 수도 있다. 낙동강 자전거 종주길에 '박진고개'라고 있다. 늘 가도 힘든 곳이다. 오르막 경사가 12~13도 정도에 약 1.2킬로 길이다. 오르다 보면 벽면에 힘들어 죽겠노라고 낙서한 흔적들이 즐비하다. 말이 쉬워 1.2킬로이지 밟아도 올라가도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포기하고픈 마음이 꿀떡 같다. 그러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산능성이 쉼터에 무사히 당도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고 되뇐다. 우연챦게 두 번째 갔다.
"어. 이게 뭐지. 벌써 다 왔어" 실력이 는 게 아니다. 알고 가니
맘속으로 다짐하고 계산하고 가니 수월하게 된 것이다. 문경새재 이화령 정상까지는 약 4킬로 계속 오르막이다. 국토종주 시 넘어야 할 고비다. 하지만, 이화령 고개는 쉽사리 넘는다. 친절하게 거리 표시가 있기 때문이다. 500미터, 300미터, 100미터만 더 가면 된다고 알고 가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경험, 학습, 앞선 멘토의 중요성, 길잡이 혹은 리더의 중요성을 느낀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작은 성공의 기억을 꾸준히 축적하기! 설령 실패하더라도 경험과 철저한 방향 설정 하기! 그러면 어떠한 울퉁불퉁한 길도 재미난 여행길이 될 수 있음을 감사하게 배운다. 자전거길은 긴 삶의 길과 오롯이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