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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119 ! ~

<60 대는 구직 중 13화 >

by 톺아보기

어르신~, 김** 어르신은 병원으로 가셨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하얀 거짓말이다. 김 ** 어르신은 돌아가셨다. 김 ** 어르신과 입소 동기에 가까운, 그러니까 이 요양원에서 함께 한 시간이 10 여 년이 된 어르신이 김 ** 어르신의 부재를 물어왔다. 다른 생활실에 계시고 두 분 다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시니 자주 만나는 게 쉽지 않으셨다. 그래도 휠체어로 움직이실 수 있는 어르신은 하루 전 그 방을 둘러싼 어수선한 공기에 어떤 예감이 드셨나 보다. 돌아가셨나고 물어보셨다.


우리는 가끔 거리를 지나다 바삐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119 응급 구조대 차를 본다. 혹은 운전을 하다, 그 다급한 경적 소리에 얼른 차선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살면서 119 구조대를 마주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다. 하지만 요양원 출근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19 출동이 몇 번 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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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응급구조대 © 핀터레스트


비상! 119~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했던가, 어르신들의 상태도 마찬가지다. 와상(질병 등으로인해 스스로 움직임이 어려워 침대에 항상 누워만 있는 환자) 상태에 계신 어르신들도 밤이 되면 혈압이나 산소 포화도가 급격하게 저하되어 위급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야간 근무를 할 때면 근무자는 라운딩을 돌며 어르신들의 상태를 챙긴다. 원칙은 30분에 한번 씩 이라지만 말 그대로 그건 원칙일 경우인 경우가 많다. 잠시 앉아있다 어디선가 '부시럭' 소리가라도 나면 부리나게 가보게 된다. 꼭 와상 상태 어르신의 위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밤이 되면 평소에는 누워만 계시던 분이 벌떡(?) 일어나 침대 옆에 서 계시기도 하고, 혹은 침대에서 스스로 움직이시다 사지가 꼬이거나 어긋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어린 아이를 키울 때 아이들 사고 나는 게 찰라라 했는데, 어르신들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 말이 30분 간격 라운딩이지, 상황에 따라 근무 시간 내내 왔다갔다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상태가 안 좋아 지신 어르신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안색은 변하지 않는지, 숨소리는 고른지, 손발은 차가워 지지 않는지 ........


그러다 뭔가 이상함이 감지되면 우선 산소포화도와 혈압, 체온 등을 재본다. '산소포화도, 'Saturation of partial pressure oxygen, SpO2'는 혈액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b)에 결합된 산소의 양을 의미한다. 즉 적혈구에 의해 운반되는 산소의 양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호흡하고 있는지, 산소가 전신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이다'. ( 출처; 하이닥) 정상 수치는 95%로 급격하게 떨어지면 우선 요양원에 비치된 산소 발생기를 해드려 포화도를 올려본다.


포화도 측정 후 산소 발생기를 해드리고, 몸을 주무르며 혈압을 재서 정상 범위로 회복 여부를 살핀다. 물론 이 과정은 요양보호사 한 사람의 임의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인 1조로 이루어지는 야간 팀, 그리고 시간 불문 담당 간호조무사와의 협의, 거기에 당직 팀장 업무 협조로 이루어진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다.


산호 발생기를 해드리고 몸을 주물러 드리며 활력 징후를 도모해 봐도 좀처럼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다음은 119 차례다. 119 구조대를 호출하면 말 그대로 쏜살같이 출동한다.


근무 후 처음 119 구조대가 출동한 날, 신입이었던 나는 선배 요양보호사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처지였다. 하지만, 119 구조대가 출동한다고 해서, 요양보호사의 업무가 끝난 건 아니었다. 출동한 구조대는 어르신의 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데,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르신이 평소 앓고 계신 지병은 어떠셨는디, 언제부터 상태가 안 좋아지셨는지, 산소포화도와 혈압의 변이는 어땠는지 등등.


그래서 이제는 어르신의 상태가 안 좋다 싶으면 산소 포화도 측정기, 혈압계, 체온계와 함께 메모지부터 챙긴다. 처음 발견한 시간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측정한 각종 수치를 메모지에 고스란히 기입한다. 그리고 119 구조대가 들이닥쳤을 때, 장황한 설명 대신, 그 메모지를 전달한다. 그래야 구조대의 업무도 조금 더 신속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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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구조대 환자 이송 © 매일신문


깊은 밤이던, 새벽녘이던 가족에게 연락을 하더라도 바로 올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요양보호사 중 한 사람이 '보호자'가 되어 구조대와 함께 한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인계를 한 후 돌아온다. 깊은 밤 응급 상황에 근무복인 앞치마도 풀지 못한 채 119와 동행한 요양보호사는 뒤늦게 온 가족들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홀로 깊은 밤의 거리를 지나 요양원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가족이 얼른 오면 다행, 빈번하게 119 출동을 경험한 가족들이 때론 '지방(?)'에 가있는 바람에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꼼짝 없이 '보호자'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에도 119를 불러 응급실을 갔다고 되려 호통을 치기도 한다. 몇 번의 119 출동이 되풀이 된 후, 그게 아니라도 연세나 병환이 더는 의학적 조치의 의미가 없어졌을 때 가족들은 찾아와 서류에 사인을 하고 간다. 더는 큰 병원에서 하는 연명 조치를 더하지 않고, 이 곳에서 생의 마침표를 찍기로.


삶과 죽음이 마치 책의 한 페이지처럼 붙어 있는 곳, 요양원, 사실 그곳에서의 근무를 결정했을 때 두려웠던 건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애국가만 불러도 찔찔 짜는 내가 돌보던 어르신의 '죽음'에 대해, 그 '상황'에 대해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업무'가, '감정'을 앞서간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돌아가시면 어쩌지 하는 우려보다, 산소포화도를 재고, 혈압 측정을 서두르게 된다. 묵직한 산소 발생기도 단번에 끌고 오고, 119에 정확한 상태를 보고해야 한다는 긴박감이 앞선다. 선배가 보호자가 되어 119와 함께 가고 난 후, 홀로 책임져야 할 어르신들의 무게감이 공간 가득 차오른다.


그래도 119와 함께 간 어르신이 돌아오시면 다행이다. 돌아오지 않는 어르신, 이제는 119 마저도 부르지 않은 채 곡기를 끊고, 결국 삶을 마감하신 어르신의 빈 자리를 정리하고 나면, 어르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감상'도 잠시, 다른 어르신들의 동정에 더 마음이 간다. 혹여나 어르신의 빈자리로 다른 분들의 우려가 깊어지면 어쩌나........ 다행히 식사를 변함없이 하신다. 그러면 됐다. 그렇게 또 요양원의 사이클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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