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지헌 Jun 06. 2021

새로운 한걸음

미션과 비전의 정립

지난 3월, 1년에 걸친 두 번의 창업 시도가 끝이 났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에 일조하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두 번의 비즈니스를 만들어 보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끝이 난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돌아보면 결국 비즈니스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던 이유가 가장 컸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지가 있었다면 이겨냈을 텐데.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스타트업 씬에서, 나의 미션과 그 미션을 풀어낼 아이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우선 액션으로 옮겨냈기 때문일까. 어려움에 부딪히면 좌절했고, 그 좌절감을 이겨낼 만한 강한 동력이 생겨나질 않았다.


그래서 지난 1년을 회고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진정 창업을 하고 싶은 이유와 내가 살아가면서 세상에 정말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이젠 조급하지 않다. 사실 생각해보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해야 할 비즈니스를 일주일 만에, 한 달만에 결정한다는 것도 참 웃긴 얘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유를 가지고 내 미션과 비전을 깊게 들여다보고, 정립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꽤 정립이 되어가고 있는 미션을 다시금 정리하기 위해, 정립해 가는 과정을 글로 적어본다.




나름대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미션을 가지고, 2번의 교육 관련 서비스를 시도했다. 지방에서 자란 탓인지, 교육 불평등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꽤 스타트업스럽게 풀만한, 그리고 내가 정말 뼈저리게 느끼는 불편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꽤나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미션을 가지고 사업을 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 있었다. 과연 교육 관련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정말 교육 불평등이 해소될까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서비스를 만들수록 미궁 속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 미궁을 탈출할 열쇠를 도무지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고민이 해결된,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프론트엔드 개발자 수업 듣고 싶으면 말하라는 얘기를 꺼냈다. 돌아오는 답은 놀랍게도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뭐냐는 질문이었다. 그 답을 듣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교육 불평등을 유발하는 건 '환경'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존재를 알고 관심이 생겨야, 그를 위한 공부도 하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이야기가 허구는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나 역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주변을 통해 많이 배웠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서비스도 만들어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미션은 '개인이 처한 환경을 넓힘으로써 개인의 시야를 넓히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로 인해 개인의 세상 자체가 넓어질 수 있고, 세상이 넓어진 개인들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맞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 '개인이 처한 환경' 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고민을 해보아야겠지만, 그 다양한 경험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과 그를 통한 인사이트들이 가장 응축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대화고, 그러한 대화들이 모여 레버리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비전은 '다양한 사람 간의 대화를 주선하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세상에 내가 믿는 가치를 주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정립되어가는 미션과 비전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 지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익숙하고도, 잘할 수 있는 방식은 역시 서비스로 풀어내는 것인 것 같다. 꼭 큰돈을 벌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는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이젠 괜찮다. 그저 서비스로 풀어내는 것이 내겐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가는 중인 것 같다. 그를 통해 불과 몇 명에게라도 가치를 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새로운 결의 행복을 주는 것 같다.


그렇게 새로운 한걸음을 다시 내딛고자 한다. 1년 하고도 3개월 전의 한걸음이 무지에서 나온 과감하고도 경쾌하면서 당돌했던 한걸음이라면, 이번의 한걸음은 조금은 더 신중하고 무거우면서 조심스러운 한걸음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에 도전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