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나]② 새로운 업무 처리 방식
잘 - 빨리 - 대충
나는 어설픈 완벽주의자였다. 완벽하게 해낼 능력과 역량은 안되지만, 완벽함에 대한 기준은 높고 욕심 또한 많은. 그렇기에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고, 간단한 일도 완벽하게 해내고자 몇 날 며칠을 소모하기도 했다. 그런 나의 업무 처리 과정은 [잘 - 빨리 - 대충]이었다. 정말 사소한 것부터 완벽하게 '잘' 해내려는 욕심 때문에 큰 틀은 보지 못했고, 결국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에 '대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노력과 쏟은 시간이 그래도 더 나은 결과물을, 더 발전한 나를 만들어 낸다고 믿으며, 어설픈 완벽주의자 행세를 멈출 생각을 못했다. 스타트업을 하기 전까진.
스타트업에는 정말 하루하루 수많은 일이 발생한다. 경찰들이 "오늘은 사건이 없네."라는 말을 기피하는 것처럼, 나도 "어? 오늘은 좀 여유롭네?"라는 생각을 기피한다. 여유가 생겼음을 누가 귀신같이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할 일이 물밀듯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면, 또 일이 쌓여있을 것임을 알기에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대한 빠르게 일을 해결해야 한다. 일지옥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래서 업무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는 바꿔졌다.
대충 - 빨리 - 잘
우선 '대충'한다. 절대 형편없이 대충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완벽하게 하려 하지 않는다, 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80%의 결과물을 만들고 디테일은 손보지 않고 다음 일로 넘어간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20%를 채울 시간에 다음 일의 80%를 채울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일들을 '빨리' 처리한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생겼거나, '잘'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게 다시 20%를 채운다.
이런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니, 업무 효율이 정말 올라갔다. 속도도 빨라졌다.(퇴근시간도 빨라졌다.) 하지만 가장 좋은 변화는, 내가 큰 틀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업무를 함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게 되어, 우선순위를 '결정'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어떤 나무를 어떻게 가꿔야, 예쁜 숲을 빨리 만들 수 있는지 알아가고 있달까. 그렇게 나는 일 뿐만 아니라 삶을, 나를, 주변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설픈 완벽주의자의 말로는 꽤나 행복하다.
by 방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