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지헌 Jul 06. 2020

어설픈 완벽주의자의 말로

[회사의 나]② 새로운 업무 처리 방식

잘 - 빨리 - 대충

나는 어설픈 완벽주의자였다. 완벽하게 해낼 능력과 역량은 안되지만, 완벽함에 대한 기준은 높고 욕심 또한 많은. 그렇기에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고, 간단한 일도 완벽하게 해내고자 몇 날 며칠을 소모하기도 했다. 그런 나의 업무 처리 과정은 [잘 - 빨리 - 대충]이었다. 정말 사소한 것부터 완벽하게 '잘' 해내려는 욕심 때문에 큰 틀은 보지 못했고, 결국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빨리' 해야 된다는 생각에 '대충'하게 되는 것이다.

용두사미(실제 나의 업무를 보는 듯한 사진)

하지만 그 노력과 쏟은 시간이 그래도 더 나은 결과물을, 더 발전한 나를 만들어 낸다고 믿으며, 어설픈 완벽주의자 행세를 멈출 생각을 못했다. 스타트업을 하기 전까진.




스타트업에는 정말 하루하루 수많은 일이 발생한다. 경찰들이 "오늘은 사건이 없네."라는 말을 기피하는 것처럼, 나도 "어? 오늘은 좀 여유롭네?"라는 생각을 기피한다. 여유가 생겼음을 누가 귀신같이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할 일이 물밀듯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면, 또 일이 쌓여있을 것임을 알기에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최대한 빠르게 일을 해결해야 한다. 일지옥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래서 업무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는 바꿔졌다.


대충 - 빨리 - 잘

우선 '대충'한다. 절대 형편없이 대충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완벽하게 하려 하지 않는다, 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80%의 결과물을 만들고 디테일은 손보지 않고 다음 일로 넘어간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 20%를 채울 시간에 다음 일의 80%를 채울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일들을 '빨리' 처리한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생겼거나, '잘'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게 다시 20%를 채운다.




이런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니, 업무 효율이 정말 올라갔다. 속도도 빨라졌다.(퇴근시간도 빨라졌다.) 하지만 가장 좋은 변화는, 내가 큰 틀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업무를 함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알게 되어, 우선순위를 '결정'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어떤 나무를 어떻게 가꿔야, 예쁜 숲을 빨리 만들 수 있는지 알아가고 있달까. 그렇게 나는 일 뿐만 아니라 삶을, 나를, 주변을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설픈 완벽주의자의 말로는 꽤나 행복하다.


by 방지헌.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푸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