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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글라스 Jun 24. 2020

바다의 정다운 속삭임

여행 에세이

얼마 전 부모님과 속초에 갔다. 봄을 맞이해서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에서 3~4시간가량을 부지런히 가니 어느새 속초의 시원 바람이 창밖에서 들어와 코에 닿았다. 바다 향기였다. 물미역이 생각나고, 소라를 귀에 대면 나는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속초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이 있었다. 그 언덕에 오르면 큰 다리가 나왔다. 그 다리를 건너면서 주변의 바다와 섬을 둘러보니 그것이 마치 밝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다리처럼 느껴졌다. 다리 끝에는 나무로 된 정자가 나왔다. 그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수평선 저 끝까지 시선이 닿았다. 바다의 수평선 너머에 둥근 태양이 넘실거리며 평화로운 오후의 한 때를 알렸다. 바다 주변으로는 바람개비 모양의 돌들이 모아져 방파제를 이루었다. 중간중간 바닷물에 걸쳐진 깃발 모양의 경계선도 보이고, 멀리서는 잔잔하게만 보이는 물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간에 어떤 지점은 가끔씩 블랙홀처럼 그 부분만 유독 물이 세차게 파도를 치며 빨려 들어갈 듯한 모양으로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다. 바닷가에 가끔씩 정박한 배들을 바라보며 온몸으로 바다의 정취를 느꼈다.  

    

속초의 바닷가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아담하고, 깔끔하고, 평온한 느낌이었다. 바다 주변에 방파제가 있고, 방파제 옆에는 각종 회를 파는 가게들과 옆에 노점상에는 해물로 우려낸 국물을 이용한 어묵이나 갓 튀겨낸 해물 튀김들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구경을 하다가 속초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지하상가에는 회가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맛을 보고 싶어서 지하상가의 계단을 내려가자 생선의 향이 물씬 코로 들어왔다. 그곳은 마치 노량진 수산시장을 연상케 하듯 수많은 횟집들이 끝없이 들어차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 한 곳에 들어가 투명한 네모 유리에 들어있는 살아있는 생선을 몇 마리를 골랐고, 주인은 뜰채로 그들을 잡아서 바로 회를 떠 주었다. 


빨간 초장과 초록색 고추냉이를 녹인 간장에 살짝 찍어서 깻잎에 싸서 먹어봤다. 살이 탱글탱글 씹히면서 매콤한 양념의 맛도 느껴졌다. 싱싱한 회를 실컷 먹고, 해물탕을 먹었다. 따뜻한 해물탕 국물을 떠먹으니 속이 편안해지면서 입안은 얼큰했다. 


속초를 그냥 떠나오기가 아쉬워서 속초시장 입구 쪽에서 파는 오징어 빵을 사 왔다. 오징어 빵은 마치 호빵 느낌이었다. 오징어 빵에 오징어는 들어가지 않은 줄 알았는데 빵을 잘라보니 안에 양념이 다양했는데 그 중간에 아주 잘게 썬 오징어가 보였다. 그리고 검은 색깔의 오징어 빵이 있었는데 그것에는 반죽할 때 오징어 먹물을 섞었다고 한다. 색깔도 노랑, 흰색, 검은색, 주황색 등 다양하고, 그 안에 팥 앙금, 호박, 피자 토핑, 야채 등 다양한 맛으로 팔고 있었다. 4가지를 먹어봤는데 다 각각의 특성이 다르게 맛이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계속 속초 바다의 풍경이 생각났다. 바닷가에서도 바다의 파도치는 모습을 바라봤지만 그 앞에 있던 카페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니 잠시 여독을 풀기에 좋았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바닷가에 산다면 아마 매일 그곳에 가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그곳에서 사 온 반건조 오징어를 먹을 때면 더욱 속초가 그리워지곤 했다.       


속초에서의 추억은 나의 봄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가게 되면 속초 바다에 머물면서 속초의 명물을 먹으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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