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원에그리는기도 Apr 18. 2023

우리 집 요술 솔방울

행운을 가져다주는 가드닝





솔방울의 의미



양평에 있는 웬만한 빈티지 샵이나 골동품 가게는 정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온 빈티지 제품들 그리고 정원용품들에 솔방울 오브제가 많이 쓰이는 걸 보고 궁금해졌다. 엄마도 어디선가 솔방울을 가득 주워 오시기도 했고 둘째가 자연물을 항상 모아두어서 집에 솔방울들을 접시에 듬뿍 담아 두기도 했던 터라 솔방울이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솔방울이 상징하는 게 있는 걸까?




로마에서 솔방울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 옛날 로마 제국시대에 로마 군인들은 병역의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가는 동료들에게 우산 소나무의 솔방울을 따서 가족들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하곤 했는데 솔방울을 전해 받은 가족들은 군대에 나간 자식이나 남편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표시로 알고 안도했다고 한다.


바티칸 성당의 솔방원 정원(Cortile della Pigna)에 있는 4m 솔방울 조각상은 AD 1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 로마의 분수로 사용되던 것이라고 한다. 솔방울 위에서 분수가 솟구쳤었다고 하는데, 1608년 지금의 장소로 옮겨져 장식물로 놓여있다. 솔방울은 생명의 씨앗을 가득 머금고 있는 재생을 상징하고 원래 사용용도가 분수였다고 하니 이곳은 물과 생명을 잔뜩 품고 있는 씨방이 결합하여 왕성한 생명의 씨앗을 베풀고 있는 재탄생하는 장소라고 여긴다고 한다.


이번 정원에 그린 기도의 이야기는 생명의 씨앗을 가득 머금고 있는 재생의 상징이자 희망과 행운의 상징인 솔방울에 관한 이야기이다.







솔방울의 의미를 알고 나서는 빈티지샵에서 솔방울 오브제나 솔방울 문양이 새겨진 장식품을 발견하면 괜히 반가웠다. 어느 날은 프랑스 빈티지 샵에 들른 적이 있는데 돌로 만든 아주 오래된 엄청난 사이즈의 야외 테이블 세트 부터 눈 돌아갈 만한 정원용품이 가득했다. 그곳에서 어마 어마한 분수대를 발견했는데 우리 집 정원에는 감당이 안 되는 사이즈이지만 마음에 훅 들어왔다. 딱 3분의 1 정도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빠르게 돌아섰다.


무심코 들르게 된 단골 골동품 가게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무쇠 빵솥을 만나게 되면서 우리만의 분수대를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연못 한번 만들어봤다고 용기가 생긴 걸까?


그렇게 하나씩 따로따로 우리만의 분수대를 만들어갈 소품들을 찾아 나섰다. 솥 위에 분수대를 할 만한 오브제를 또 다른 빈티지샵에서 매의 눈으로 찾아내었고 이 위에 또 올라갈 솔방울 오브제가 나오길 이곳저곳 하이에나처럼 킁킁 거리며 찾아다녔다. 무언가 우리에게 그리고 엄마를 위해 좋은 의미가 담기길 바랐지만 원하는 사이즈 원하는 컬러 원하는 소재의 솔방울 조각상은 쉽게 나타나주지 않았다.


그런데 하나 내가 깜박 잊고 있던 게 있었다.

우리 집에 뭐든 말만 하면 뚝딱 만들어버리는 요술아저씨가 살고 있다는 걸…

 아저씨는 말없이 백시멘트와 왕자조각도 5 세트와 사포 그리고 갈색 락카를  오셨다. 검정 플라스틱 화분을 거꾸로 뒤집더니 열심히 반죽한 백시멘트를 화분을 몰딩 삼아 위로 올려 안에  호스를 연결시켜 주고 모양을 잡아갔다. 점점 모양이 나와가는데 그때까지도  어떻게 한다는 건지 솔직히 몰랐다. 형태가 잡히고 하루 말린  아저씨는 연필로 대충 스케치를 하시더니 조각도를 꺼내 드셨다





아저씨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점점 솔방울스러워지고 있었다.  벌리고 구경하면서 잠시  아저씨에게 까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각을  마치시고 가루를 살살 털어내시곤 갈색 락카로 곱게 칠해주셨다. 너무 쌔삥 티가 났지만 아저씨가 물줄기에 닿다 보면  빈티지스러워진다고 걱정 말라하셨다. 아저씨는  말린 솔방울 조각상안에 연결된 호스로 모터를 달았다. 그리고는  솥에 물을 채워 넣고 모터의 전원을 키는 순간하나  ! 물이 쏟아져 나온다!






요술 솔방울

생명의 씨앗을 가득 머금고 있고 희망과 행운을 상징하는 우리 집 솔방울 분수대를 우리는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바티칸 성당의 어마어마한 솔방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엄마를 향한 우리 가족들의 모든 염원과 희망이 담긴 우리 집 요술 솔방울이 우리에게 부디 기적의 행운을 가져다주길 바라본다.





<정원에 그리는 기도>는 2021년 5월 17일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타샤를 꿈꾸던 엄마를 위해 정원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원을 이루는 연못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