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흙그릇 Mar 11. 2020

진흙그릇 엄마

이쁘진 않지만 강한, 그런 그릇이 되었다.

올해 네 살이 된 막내딸 새이는 마음이 순두부다. 남자아이만 키우다 아니, 큰 아일 키우고 감정적으로 예민하지 않은 귀영일 키운 후 낳은 셋째 딸이라 그런지 별 거 아닌 거에도 삐치고 토라지고 입으로 몸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들이 그저 놀랍고 고맙고 감사하다.


삐치고. 서운해서 울고.(졸귀탱)


누군가에겐 자연스럽고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겐 전혀 평범치 않은 놀라움이 된다. 아직도 난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는 부족함 많은 엄마지만 그래서 더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고 때론 부담스러운 숙제가 되기도 하는  삶이, 열심히 살 수밖에 없는 이 삶이, 나는 나쁘지 않다.


갖고 태어나기를 내 그릇은 언제 깨질지 모를 작은 유리그릇과 같았다면 남들과 조금 다른 우리 둘째 귀영이를 통해 그 유리그릇이 조금씩 말랑해져 밟으면 더 넓어지고 커지는 아무리 던져도 깨지지 않고 찌그러짐 다시 만져 그릇의 형태를 살릴 수 있는 이쁘진 않지만 강한, 영원히 굳지 않는 진흙그릇 된 것 같다.


부쩍 살이 올라 볼이 터질 것만 같은... 볼 보다 말이 빨리 터지길 바라...


귀영이와 함께 커가는 첫째 새힘이, 막내 새이도 아직은 어려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겠지만 훗날은 귀영이 덕분에 배려심을 배웠다 하고 사람은 누구나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다 하고 특이한 것이 전혀 특이한 것이 아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었다 하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지독하게 따라붙는 남의 시선에서도 맘 껏 자유할 수 있었다 하고 그래서 더 진짜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하고 누구보다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하고 처음은 그럴 수밖에 없었더라도 끝은 덕분에 그럴 수 있어서 감사한 나날었다고 해주기를... 꼭 그리 되어 주기를 바라며...




사랑해, 삼남매!!!!!




 

 

 

엄만 평생 너희의

진흙그릇 되어 보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