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귀영이가 보통의 아이들과는 좀 다르단 걸 18개월쯤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눈 맞춤이 어려웠고 말도 거의 하질 못 했고 자기 이름에도 반응성이 많이 떨어졌기에 뭔 가 문제가 있다고 인지하고는 바로 남편과 병원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귀영인 24개월에 언어치료를 시작하게 되고이후 감각통합치료도병행하며또래와는 다른 귀영이만의 일정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랬던 귀영이가 어느새 유치원 입학을 앞둔 일곱 살 형님이 되었다. 장애가 있단 걸 알면서도 귀영이가 나이를 좀 먹으면 확 달라지지 않을까?란 희망을 품고 지낸 시간도 분명 있었지만 귀영인 내 바람과는다르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일곱 살, 귀영인 장애등급 심사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언젠간 받을 거란 걸 진작에 알곤 있었다. 그럼에도 막상 내 손에 자폐성 장애인 등록을 위한 구비서류가 들리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주민지원센터 직원에게 "아이, 장애등록 관련 안내받으러 왔는데요~"라고 하니 "어떤 장앤데요?"라고 물었다. 사실 몇 개월 전만 해도 귀영이가 장애가있단 걸 말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곤 했지만 속으론 내 입으로 뱉은 '장애'라는 말이 우습게도 나 스스로에게 상처가 되곤 했다. 장애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 생각관 별개로 엄마 마음이란 게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주민지원센터 직원에게 난 자동 미소를 띠며 말투는 그동안 쌓은 내공으로 살짝 쿨하게 "자폐성 장애요!" 내 마음의 거리낌이 전혀 없음을 그렇게 확인하게되었다.나 조차도 친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울컥하는 마음 하나 없이 종이 한 장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담담히 안내장을 읽어 내려가는 내모습이 순간 어찌나 감사하던지... 이전부터 장애는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이해하려 했던 내 노력이 건강한 마음이 되어 행동으로까지 실천된 것만 같아뿌듯함까지 들었다. 장애등록은 귀영이에게 필요한,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배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그 필요한 배지를 받아서그저 이쁘게 달아주면 되는 거다. 그것이 부모 된몫이고또 다른 표현의 사랑아닐까?
세상의기준엔 많이 벗어난 귀영일지 모르겠다. 또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곱 살, 처음 양치를 하다 입으로 물을 뱉고 일곱 살, 변기에 똥을 싼 후 그냥 나오지 않고 어설픈 발음으로 " 다 따떠! "라고 표현을 해주고 일곱 살, 점점 밤 기저귀에 쉬 안 싸는 날이 많아지고 일곱 살, 형아가 혼나고 있으면 조용히 내게 와 사랑의 매를 손에 즤어 주고 가는 센스.일곱 살, 손을 쓰지 않고도 최근 터득한 면치기로 면을 후루룩 먹으며 사방팔방 국물을 다 튀기는 모습은 또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남들에겐 그저 당연하고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는 것들이 내겐 그리고 우리 가족에겐 기적과 같은기쁨의 나날이 된다.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귀영이 아기 때 사진을 찾아보곤 하는데 '저 땐 몰랐었지...' 란 마음이 들면서 알 수 없는 짠함을 느낀다. 몰라줘서 미안한 마음인 것 같다.
모르는 게 많아도 가짜가 하나 없는 아이, 그래서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진짜인 아이, 평생 때 타지 않을 마음을 가진 아이, 하나를 알려면 몇십 번을 반복해서 학습시켜야 하는 너이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주신 그대로 인정하고 아끼고 사랑하고 싶다.
장애등급은 아직 심사 중에 있지만 등급이 나오게 되면 그때부터가 진짜 장애인으로서 세상에 나가는 귀영이의 첫걸음이되겠지? 지금처럼 손 꼭 잡고 같이 걸어주련다. 그날은 특별한 날도 슬픈 날도 아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날, 낙심할 필요도 울 필요도 없는 평소와 같은 그냥 그런 날이 될 것이다. 마음은 이 세상 제일 행복한 아이로 커가길 바라며 귀영이의 앞날을 온 맘 다해 어느 누구보다 큰 소리로 평생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