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 내려보내지 맙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공동체가 있고,
그 공동체 안에는 리더(지도자)와 팔로워(따르는 자)가 있다.
회사 조직의 팀장과 팀원처럼
리더가 공식적으로 임명되고,
나머지 인원은 리더의 지휘와 통제를 따르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명확하게 위계질서가 없다고 하더라도
암묵적인 리더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누구도 그 사람을 리더라고 임명하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따르는 사람이 분명히 있고,
다른 사람이 가진 발언보다
더 무게가 실리는 발언력을 가진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 공동체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연장자, 장로)이 그런 역할을 할 때가 있고,
그 공동체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고학력자)이 그런 역할을 할 때가 있으며,
그 공동체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은 따르고 싶은 리더를 원하고,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리더 역할을 맡은 사람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이끌면서 방향을 제시하는
부담스러운 일을 담당하는 대가로
사회적 지위와 부를 얻는다.
진짜 하고 싶어서 리더가 되는 사람도 간혹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추대되는 경우가 많기에 그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공동체 구성원들이 추대하고,
그 추대를 수용하여 사회적 지위를 얻은 리더는
대체로 일을 잘한다.
공동체가 부여한 사회적 지위와 부는
자신이 계속 잘할 때 유지되는 것임을 알기에
겸손하게 공동체를 이끌어 나간다.
아래서부터 올려진 상향식(bottom-up) 리더라고 할까?
그러나 이 세상에는 상향식 리더만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부터 뚝 떨어진 하향식 리더도 존재한다.
그리고 공동체와 관련된
대부분의 문제는 하향식(top-down) 리더에게 나타난다.
위에서부터 뚝 떨어진 하향식 리더는
우선 기존 공동체 구성원들과 유대감이 없거나 매우 낮을 수 있다.
기존 구성원들이 추천한 적도 없고, 추대한 적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것이다.
조직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요,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르고 싶은 마음도 안 생긴다.
굳이 생각을 하자면, 따르지 않을 이유만 잔뜩이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이끌고 있다는 생각에 반발심이 생긴다.
이런 조직은 이미 망한 것이다.
하향식 리더들이 가지는 태도도 문제가 된다.
자신이 하향식 리더임을 알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할텐데,
이들은 본인이 잘해서 리더가 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만방자하다.
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일을 하던 하지 않던
자신의 지위와 부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일을 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에 힘을 쓴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이다.
이런 사람은 리더가 아닌 착취자(taker)이다.
하향식 리더들의 착취는 공동체를 파괴하고,
조직을 와해시키고,
착취자에게 붙어 같이 배를 불리는 간신배를 만들고,
일 잘하는 훌륭한 팀원들을 떠나게 만든다.
결국 조직이 망하지만,
착취자는 그 동안 착취한 것으로 남은 평생을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어진다.
착취자와 간신배만 살고, 나머지는 다 죽은 것이다.
구성원들이 추대한 적 없는
하향식 리더가 조직을 망치고,
공동체가 그동안 애써서 일구어 놓은 이익을
착취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명시적으로 혹은 공식적으로 리더를 임명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암묵적으로 리더가 추대되고,
공동체 생활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로 인정받는 체계가 되어야 한다.
사기업도, 공기업도, 공무원 조직도 마찬가지다.
인사권자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내려보내는 인사가 되어서는
하향식 리더의 착취와 불공정의 문제를 막기 힘들고,
이에 따라 조직 구성원들이 의욕을 상실하여
실제로 퇴사하거나,
퇴사하진 않았으나 일을 하지 않는 심리적 퇴사를 막을 수 없다.
인사 행정 책임자는 인사 결정권자가 아니라,
말그대로 행정 처리를 담당하는 사람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인사권은 조직 혹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있어야 하는 권리이지,
인사 행정 책임자에게 있어야 하는 권리가 아니다.
인사 행정 책임자가 인사권을 가진다면,
그건 조직 구성원들에게 위임 받은 권리이지,
자기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중국 진나라 말기,
진시황이 죽고, 그 혼란을 수습하여
천하를 통일한 사람, 유방은 평민 출신으로
사람들의 추대를 받은 리더였다는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 리더가 된 귀족 출신 항우가 처음에는
좀 강해보였을지 몰라고,
그 오만방자함으로 인해 스스로를 패망을 길을 걸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암묵적으로 추대된 상향식 리더가 많은 사회가
위에서 떨어진 하향식 리더가 많은 사회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임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위에서 뚝 떨어진 리더 같지 않은 리더들이
사고를 쳤다는 뉴스를 안 볼 수 있는 사회를
제발 좀 보고싶다!
*표지 그림 출처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https://www.krea.ai/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