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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젤라또 Mar 20. 2022

박명수, 홍진호 그리고...

발머라고 불리는 남자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는 속담은 올 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는 적용이 되질 않았다. 케빈 듀란트의 이탈로 우승권 전력은 아니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래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난하지 않을까?'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작년과 완전히 다른 의미로 저 세상 텐션의 팀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곳이고, 늘 언제나 새로운 강자들이 도사리는 곳이다. 한편 골든스테이트의 몰락은 SPOTV의 편성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아테토쿤보가 아무리 리그를 씹어먹고, 벤 시몬스가 3점 슛을 진짜 실전에서 던지는지를 보고 싶어도 그보단 84년생 르브론이 아직도 잘 뛰는지, 카와이 레너드가 오늘은 코트에 나서는지를 우선해서 볼 수밖에 없다.(한국과 미국의 시차상 그나마 한국의 점심시간에 가까이 경기를 하는 인기 서부 팀들의 방송이 우선되는 것은 어쩌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그 덕에 요즘 자주 카메라에 비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스테이플스 센터에 어딘가에서 항상 코트를 흐뭇하게 보는 셔츠 차림에 풍채가 좋으신 민머리 아저씨, 미드 어딘가에서 잔디깎이를 사용하면서 옆집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하다 기계를 놓쳐서 마당을 난장판을 만들고는 허허 웃을 것 같은 인상의 사람, 클리퍼스의 구단주 스티브 발머다. 조금 주관적인 묘사지만 적어도 방송이나 코트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돈은 좀 있으면서 은퇴 후 취미활동을 즐기는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 아저씨이다. 돈 좀 있고, 취미를 즐기는 것은 맞고 전형적인 미국의 중산층이라는 말은 틀린 거 같다. 중산층 치고는 돈이 너무 많고, 전형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미국에서 그래도 잘 나가는 기업(?)의 대표님도 했으니 말이다.


 스티브 발머는 한 때 잘 나갔던 기업(?)인 Microsoft의 CEO였다. 
(참고로 Microsoft는 발머의 퇴직 후 다시 잘 나가는 기업이 되었다.) 

 얼굴은 평범하게 생겼어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스포츠 채널보다는 경제 채널과 더 가까우신 아저씨다. 사실 한국에서는 MS의 아이콘은 빌 게이츠지만, 이 아저씨야 말로 MS를 말할 때 늘 언급되는 호불호 아이콘이다. 아마 MS로 역사책을 한 편 저술한다면, 빌 게이츠와 사티아 나델라에 대한 평가가 일관적인 시선이 많다면 스티브 발머는 사관(史觀) 따라 입장에 따라서 평가가 갈리는 대표적인 인물일 것이다. 스티브 발머는 거의 1세대 MS의 개국공신이자 MS의 2인자로서, 빌 게이츠가 MS를 떠난 후 2000년부터 2014년까지 CEO를 맡으며 MS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수치상으로면 평가하자면 발머의 재임기간 동안 MS의 시가총액은 3배가 늘어났다. 또한 기존에 윈도를 주축 기반으로 하는 사업의 포트폴리오는 엑스박스(콘솔형 게임기)와 서피스(태블릿 PC), 윈도 폰(모바일) 사업 등 영역을 다양화로 소프트웨어 회사였던 MS의 폭을 넓히는데 주된 역할을 한 공이 있는 인물이다. 

 

<MS 주가는 발머의 재임과 함께 $20선까지 주저 않았고 퇴임과 함께 날아올랐다, 출처: https://www.statista.com>


 하지만 지난 10년간 미국의 IT 생태계는 변화했고 PC보다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주류가 되면서 새로운 변종들이 생태계에 'FAANG'하고 나타났다. (FAANG: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독보적 업계 1위를 달렸던 MS는 사실상 이 잃어버린 10년 동안 안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했고, 또 다른 스티브가 아이폰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광경을 우리의 스티브는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오로 인해 발머는 재임 초기 어려웠던 MS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나름의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MS라는 조직이나 IT업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2인자의 한계라는 평가를 받은 채 CEO에서 물러났다.
 

<아마 올해 우승을 못한다면 가장 먼저 NO KIA를 가장 먼저 외칠 수 있다.> 

 

 현지시간 3월 8일 P.M.01:30 (한국시간 3월 9일 A.M.04:30) LA 지역의 패권을 겨루는 승부가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펼쳐졌다. 결과는 112:103으로 레이커스의 승리, 그래도 발머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레이커스전 첫 번째 패배이며 아직까지 상대 전적에선 2승 1패로 앞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 순위표를 보니 서부콘퍼런스 2위(퍼시픽 디비전 2위)를 달리고 있다. 전교 2등을 하는데 마침 전교 1등이 우리 반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사실 발머와 클리퍼스에게 지금의 순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의 목표는 어차피 현재 2위라는 순위가 아니라 레너드의 재임(?) 동안에 몇 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는 물러날 수도 없다.


 클리퍼스는 잉글우드(Inglewood)에 신구장을 건설을 진행 중이다. 

 이는 아무래도 구단주인 스티브 발머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계획이다. 또한 발머는 클리퍼스가 신구장으로 이전할 때, 클리퍼스라는 이름 변경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몇 년 전 기사이고, 설사 이름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LA이라는 명칭까지 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LA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걸고 안 걸고는 프로스포츠에서는 아주 큰 차이이다. MLB의 LA 에인절스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다.) 아직 콘퍼런스 파이널에도 진출한 적이 없는 클리퍼스가 적어도 카와이 레너드의 계약기간 내 승부를 보지 못한다면 클리퍼스란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올해 우승은 더욱 중요하다. 


<Inglewood arena 조감도, 출처: https://ddcgroup-inc.com>

 

 비록 MS 재직 시절에는 M&A에 특별한 재능이 없어 보였던 스티브 발머의 클리퍼스가 주도한 블록버스터 딜의 승자로 남을지, 아니면 또다시 LA지역의 2인자로 2024년까지 스테이플스 센터의 셋방살이를 계속하게 될지, 올해 클리퍼스의 야심 찬 대권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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