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조용하던 브런치 알림이 울리기 시작한다. 아이를 기르면서 정신과에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할 정도로 내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 치유가 되는 느낌이었고, 브런치에 글을 공개적으로 쓴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내 글에 누군가 답글을 달고, 라이킷을 날려주고, 조회수가 올라간다는 알림은,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가고 있는 듯한 기분.
그게 착각인지 알면서도 그런 기분이었다. 5년 동안 육아에만 전념해 온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 이제 너도 네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외치는 응원 같았다.
그날 하루 잠이 들기까지, 브런치 알림이 울릴 때마다 휴대폰을 집어 들어 조회수가 몇 인지,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확인했다. 휴대폰을 멀찌감치 정해진 장소에 놓고 사용하자는 원칙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옆에 두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00000만 조회수를 올린 그 글은 스마트폰 중독과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관한 글이었다. 스마트폰에 매이는 걸 경계하고자 쿠팡앱을 스마트폰에서 지웠다는 이야기였다.(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에 깔아 좀 더 "불편하게" 쿠팡을 이용하고 있다는..) 그런데 나는 그 글 때문에 완전히 스마트폰에 매여 있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남편도 비웃는다. 나도 민망하다. ㅡㅡ;
다음 날 마침내 나는 브런치 알림을 껐다.
그런데 더 우스운 짓을 하고 있다. 알림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주기적으로 휴대폰을 들고 브런치 앱을 열어 확인을 하고 있다. 새로운 소식이 없을 때가 더 많다.
이러려면 뭐하러 알림을 껐니...
차라리 켜놓고 알림이 울릴 때만 보는 게 낫지.
알림, 켜느냐 끄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마트폰 알림은 세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완전 무시하게 되는 알림이다. 각종 광고 알림들. 그래서 아예 꺼 놓거나 알림이 와도 바로바로 무시가 된다.
두 번째는, 꼭 확인해야 하는 반가운 알림이다. 나에게는 아이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키즈노트의 알림이 그것이다. 오늘 하루 아이의 모습과 지낸 이야기를 볼 수 있으니 운동을 하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그 알림이 뜨면 하던 일을 멈추고 꼭 확인을 하게 된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의 알림도 그렇다. 필요해서 미리 등록해 놓은 물건이 매물로 뜨거나, 내가 중고로 내 놓은 물건을 사겠다는 소식은 실시간으로 알림을 받아야 마땅하다.
문제는 마지막이다. SNS 알림.
울리면 너무 반가운 알림이다. '새소식'과 '좋아요' 사회적 동물인 인간(나)의 인정 욕구를 해소해 주는 것들이다. 그래서 울릴 때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확인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실제 삶의 리듬이 깨지고, 뭔가 잘못되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결국 알림을 끄는 시도를 해본다. 그런데 알림을 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인가. 알림 울리지 않아도 제발로 들어가서 체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걸 꺼야 돼 말아야 돼..
아이를 기르면서 페이스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당연히 스마트폰에 앱도 깔려있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옛 제자들이 성인이 되어 대학에 입학한 사진들을 보게 되었다. 10살 꼬마가 20살이 된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아이들에게 친구 신청을 하고 아이들에게 남기는 게시글을 적었다. 그리고 나니 제자들이 글에 댓글을 남기고 10년 만에 안부가 오갔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이번엔 누가 소식을 남겼을까 확인하고 답글을 달고, 그 답글에 답글이 달리면 알림이 울리고..
그것을 이틀 하니 내 일상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식사시간이 미뤄지고, 애들은 놀아달라 짜증을 내고, 그 짜증에 나도 짜증을 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아이들에게 느끼는 반가운 감정과 현실에서 아이들과의 일상이 틀어져서 생기는 짜증이 교차했다. 결국, "알림 끄기 -> 알림 없이도 확인하기"를 거쳐 마침내 앱 지우기 수순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