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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t Oct 22. 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어떻게 즐길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최근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해 개봉 3주 차에 용산 IMAX관에서 개봉이 확정된 양자경 주연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박찬욱 감독의 극찬,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5점 만점, 갖은 영화제 휩쓸이 등 영화계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이지만, 아직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깊고 넓은 분야에 걸쳐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B급 영화로 보인다는 후기가 있습니다.


이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줄여서 '에에원' 혹은 '에에올'을 감상하기 전, 중, 후로 나누어 영화를 즐기는 법을 매거진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 본 매거진은, 아직 다양한 영화를 접해보지 않아서 대중 상업 영화 외의 영화들을 100% 즐기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영화를 더 잘 즐기실 수 있도록 하고자 만들어졌기에, 영화 덕후/시네필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영화 감상 후 파트에서는 최대한 보편적인 해석/감상만 적어두려 했지만 제 주관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감상 전, 사전 정보가 궁금한 이들에게
- 본래 영화의 줄거리 및 사전 정보를 보지 않고 즐기는 분들은 이 파트를 건너뛰어 주세요!
-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멀티버스

영화는 기본적으로 '멀티버스(다중우주론)'를 큰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의 영화를 시작으로 멀티버스 소재를 다루고 있어 이미 친숙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멀티버스(Multiverse)'란, 우주론 중에 하나인 다중우주론으로, 쉽게 설명해서 말 그대로 우주가 여러 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가 있는 우주 외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가 여러 개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전체 멀티버스들에 혼란을 불러오는 존재가 탄생했으며, 이 존재를 막을 사람이 미국에서 세탁방을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이라는 설정을 기본 전제로 하여 시작합니다.

알파 버스

영화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우주가 아닌 다른 멀티버스를 처음 발견해내고, 그 멀티버스로 '버스 점프'를 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멀티버스를 '알파 버스'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이 알파 버스에 사는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의 이름 앞에 '알파'를 붙여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알파 버스에 살고 있는 에블린은 '알파 에블린'이라고 하는 것이죠.

버스 점프

'버스 점프(Verse Jump)'라는 것은 영화 속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한 멀티버스의 사람이 다른 멀티버스 속 자신의 능력, 기술 등을 끌어와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그 버스 점프를 한 다른 멀티버스 속 인물의 삶을 그대로 경험해보는 것 또한 가능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우주로 다른 멀티버스의 사람을 끌어와 능력을 사용하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현 우주 A에서는 빨래방을 운영하는 에블린이 무술을 연마한 멀티버스 B로 버스 점프를 한다면, B 멀티버스 속 에블린의 삶을 경험해볼 수도 있고, A 멀티버스에서 무술이 필요한 경우 B 멀티버스 속 에블린의 능력을 가져와 A 멀티버스에서 무술 마스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에요.


(이 외의 설정 설명은 과도한 스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생략하였습니다.)


영화를 볼 때,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

영화가 멀티버스를 오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고 제작진들의 다양한 상상력을 펼쳐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입장에서 조금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기본적으로 이 영화를 처음 감상할 때에는 '모든 장면 하나하나를 이해하며 보려고 하지 않기'를 권장드립니다. 이렇게 따라가며 볼 때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변에 영화 덕후가 아닌 지인들의 반응을 보았을 때 한 장면에서 혼란이 오면 이후 영화 장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피하고 싶으시다면, 위의 사전 정보 파트를 읽고 감상하시길 추천드려요!)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지를 따지기 보다, "음, 저 멀티버스에서는 저런 일이 있었나 보군." 하고 계속해서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시며,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보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영화를 본 후, 어떻게 더 즐길 수 있을까?

그래서 조부 투파키가 뭐야?

알파 버스(영화 사전 정보 파트 용어 참고) 속에서 에블린과 조이는 일종의 사제 관계였습니다. 알파 버스에서는 버스 점프(영화 사전 정보 파트 용어 참고)를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을 '점퍼(Jumper)'라는 이름으로 교육시켰는데, 그중 한 명이 조이였던 것이죠. 이때 조이는 버스 점프에 아주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에블린은 그런 조이에게 더 욕심이 생겨 조이를 한계점까지 몰아붙이게 됩니다. 그렇게 남달랐던 조이는,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에블린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받으며 견뎠지만 끝내 정신이 산산조각 나는 결과에 이릅니다. 그 결과 조이는 '조부 투파키'라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자유자재로 순식간에 버스 점프를 할 수가 있는 멀티버스의 초월적인 존재이자, 온 멀티버스에 혼돈을 불러오는 존재이죠.

이렇게 '조부 투파키'라는 존재가 되는 것은, 영화 초반부에서 알파 웨이먼드가 에블린에게 말한 '죽음보다 더한 것'일 텝니다. 보통의 점퍼라면 조이 정도의 상황에서는 죽음을 맞이했겠지만, 조이는 그것을 넘어서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알게 되고(검은색 베이글을 만들어냅니다) 세상살이가 허무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기를 갈망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까요.

그래서 대체 베이글이 뭐야?

'에브리씽(에브리띵) 베이글'을 아시나요? 보통 베이글 종류라고 하면 참깨 베이글, 소금 베이글, 양파 베이글 등이 떠오르실 텐데요, 에브리띵 베이글은 이 모든 재료를 섞어 만든 베이글입니다. 아마 이 '에브리띵 베이글'이라는 용어에서 영화 속 검은 베이글의 아이디어를 얻지 않았을까 짐작이 되는데요. 이 에브리띵 베이글처럼, 참깨, 소금 등의 모든 재료를 베이글에 넣고, 갖은 멀티버스 속 조이(조부 투파키)를 힘들게 만든 것들-이를 테면 성적표 같은 것들 말이죠-그리고 그 외에 세상의 모든 것들을 넣어 조부 투파키가 만들어낸 것이 영화 속 검은 베이글입니다. 정말 세상의 모든 것(에브리띵)을 섞어 혼합해 만들어낸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베이글이 보여주는 것은 '세상의 부질없음'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 모든 진리를 알고 난 조부 투파키에게 보이는 것은 '다 의미가 없다'라는 세상의 부질없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담긴 검은색 베이글을 마주한 에블린 역시 조부 투파키처럼 세상살이의 허무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이 뭔데?

하나로 줄여서 말하기는 당연히 어려울 테지만, 기본적으로 수많은 실패를 겪어온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위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멀티버스 속에서 조이는 수많은 각기 다른 좌절과 실패를 맛봅니다. 그렇기에 조부 투파키라는 존재가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깨달아요. 우리 또한 이런 일들을 한 번 정도는 경험해보았을/경험해볼 것입니다. 연이어 실패와 좌절을 맛본 후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공허함이 들고 무기력해지는 날이 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그렇게 실패를 겪고서 만들어진 지금 우리의 모습에게, 영화는 찬사를 보냅니다. 당신은 수많은 우주 중에서도 딱 한 개 우주에서 살아가는 아주 자그마한 존재일지 몰라도, 심지어 그 수많은 가능성이 있는 우주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당신의 삶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영화는 에블린이라는 인물을 통해 말해줍니다. 그런 건 상관없다고, 그럼에도 당신은 잘 살아가고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모습이 다른 멀티버스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해도 그 멀티버스 속 당신 또한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점을 한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렇기에 그저 지금 당신 곁에서 당신의 실패를 지켜보고 함께하고 있던 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계속해서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이 그 누구보다 아름다울 것이라고. 영화는 그렇게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 외에 영화를 감상하는 한 시선이 궁금하다면, 영화에 대한 저의 감상을 적어둔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본 매거진 글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상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요!

https://brunch.co.kr/@koojy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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