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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공 Nov 14. 2024

돌사탕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으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을 기다리는 건 좌판 가득 채워진, 회사도, 원재료도 알 수 없는 과자들. 누군가는 이것을 불량식품이라며 4대악이라는 묵직한 죄명까지 씌워버렸지만 개성있는 그 과자들은 짤랑거리는 아이들의 지갑으로 부릴 수 있는 화려한 사치였다.


이거 얼마에요?

100 원

이거는요?

100원

이것두요?

그건 200원


오늘은 뭘 먹을까? 자그마한 손바닥에 촤르르 펼쳐지는 동전 몇닢의 예산으로 계획을 세워 본다.


나는 주로 떡볶이 파였기 때문에 좌판의 과자들에 대해서는 주눅드는 아이였다. 떡볶이 가게 아주머니는 내 이름과 우리 할머니까지 알고 계셔서 친구와 들어설때면 어깨가 쭈욱 펴졌지만, 좌판 뒤에서 쥐포를 굽고 계신 낯선 아주머니들은 다가가기 어려웠다. 좌판에는 항상 서넛의 아이들이 기웃기웃 서 있었다. 몇몇은 이미 간식을 입에 우물거리며 다음 주전부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벽에 걸린 작은 추첨 뽑기나 상자에 손을 넣고 골라내는 도박 류(?)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좌판의 고수처럼 보였다. 나는 너무도 소심해서 아는 간식만 서둘러 사고 나오곤 했다.


주로 사먹었던 건 돌사탕과 깐돌이와 브이콘 정도. 이것들도 짝꿍이 하나 둘 나누어 준 것들로 먼저 맛을 본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겨우 살 수 있었다. 


테이프 과자는 너무나 신선했다. 호기심에 한입에 다 털어넣었을땐 맛도 없고 식감도 나쁜 종이덩어리같이 되어버렸고 입안에서 한참을 우물거려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까운 100원만 날렸네 했다.


운동 갔다 오는 길에 있는 수입과자점에서 돌사탕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사탕을 잘 먹지 않는데 이상하게 이 날은 돌사탕에 손이 갔다. 입에서 살짝 녹이고 이로 깨물어도 봤다. 사탕은 절대 부서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어금니 사이에 꽉 물렸다. 사탕이 치아 위를 구르며 내는 달그락 소리가 귀에 가득 울리며 학교 앞 좌판의 기억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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