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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브라운 Sep 02. 2024

어떻게 살 것인가


무더웠던 여름 더위가 한 풀 꺾인 요즘이다.

한 밤에 들리던 요란한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처서가 지나자 어느샌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조용한 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산 밑에 있는 우리 집엔 밤이 되면 제법 선선해진 공기가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데 이제 에어컨과 함께 하는 밤은 끝 난 듯하다.


올해 집에서 TV를 치우고 책을 많이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멍하게 TV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아내와 상의하여 과감하게 치워버렸는데 대신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 버린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확실히 독서량이 꽤나 늘었다.(올해 e-book을 포함, 벌써 21권이나 되는 책을 읽었다!)


나이가 마흔 중반이 되다 보니(언제 이렇게 나일 먹었나 싶다..) 연스럽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라는 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답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지금껏 잘 살아온 걸까? 남은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지난 인생 45년


난 1980년 생이다. 지금은 만 나이로 바뀌었지만 예전 나이로 하면 마흔다섯인데 100세 시대라곤 해도 아직 기대수명을 90세로 봤을 때 이제 인생의 절반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뒤늦게 이제와 생각해 보청소년 시절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되고 싶은 것 이런 걸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못했던 게 후회가 된다. 그냥 하라니까, 해야 하니까 했던 게 공부였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했던 것도 아니고.

대학에 와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남들 다 가니까, 나만 안 갈 수 없으니까 가야 했던 대학. 수능점수에 맞춰 들어온 수도권의 4년제 대학에서 전공 역시도 수능성적에 맞추다 보니 적성에도 맞지 않는 학과(문과 출신임에도 통계학을 전공하게 됐다.) 선택해야 했고 그 결과 학교 다니는 내내 뭔지도 모를 전공과목 공부에 등록금만 날려버린 셈이 돼버렸다.

(그나마 과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으니 이거 하나 위안거리로 삼을 순 겠다.)


대학졸업할 때 까지도 꿈이나 미래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동기들이나 선배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 직장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외 다른 길을 고민하지도 않았고. 취업 역시 내가 원했던 곳들은 많았지만 나를 원하는 곳은 많지 않았기에 나를 뽑아준 회사에 감사하며 입사하게 됐고 그렇게 시작된 직장인 생활이 어느새 17년이나 지났다.


그리고 마흔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삶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별생각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지난 45년의 삶은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45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앞으로의 45년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근에 읽은 책들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인데 신기하게도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지난 45년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해야만 했던 일을 해 왔으니 남은 인생은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해 보라는 얘기였다. 생각해 보니 틀린 얘긴 아니었다. 비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진 모르지만 적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일을 해왔던 건 사실이니까. 적성에 맞지 않음을 알면서도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고 아직까지도 절대 내 옷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영업 관련 업무를 17년째 해 오고 있다. 이러니 그간의 직장생활이 즐거울 리가 있었을까.


어떻게 살 것인가


하지만 지금 와서 갑자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찾는 것도 쉽지가 않다. 내 인생에 대해 깊 고민을 해보지 못한 결과겠거니 생각한다.

무엇을 할 때 살아 있음을 황홀하게 느끼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 유시민「어떻게 살 것인가」 중


이 3가지 질문에 아직 난 그 어떤 답도 찾지 못했다.

앞으로 내게 남은 직장생활은 길어야 15년을 넘지 못할 거다.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을 찾아야 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런 삶이 지금의 내게 충분한 의미가 되고 있을까?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언젠가 출간작가가 되어 강연을 다니며 사람들과 각 자의 삶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을 만큼의 역량은 안된다는 고 있다. 이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소득도 없는 일에 매달릴 순 없다. 그건 그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산다는 허울뒤에 숨을 핑곗거리일 뿐이겠지.


그럼 지금이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걸까? 근데 배우고 싶은 기술은 있고?


정말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너무 어려운 문제지만 지금부터라도 답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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