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워플레이스 Sep 16. 2021

소녀의 세계

변소정 (알트탭 호스트)

10대 소녀 시절.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 자신도 내 미래도 어느 것 하나 확신이 없었기에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뚜렷해질 거라 생각했다. 


막상 어른이 된 지금, 뚜렷해 지기는 커녕 하루 하루가 방황의 연속이다. 이 방황이 끝나면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과연 끝이 있기는 한 것인가? 우리는 어른이기에 누구에게도 이런 질문을 할 수 없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가끔은 '어른'이라는 무거운 이름을 내려놓고 천진난만하던 어린 시절로 여행을 떠나는 것. 


그리고 오늘,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10대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하는 호스트를 소개한다. 알트탭 스페이스의 변소정 호스트. ‘유미의 방’, ‘미리의 방’, ‘여작가 J의 방’은 변소정 호스트가 과거를 회상하며 본인의 취향, 팬심을 가득 담아 만든 공간이다.  


그녀가 만든 공간에는 여자 주인공이 실제 살고있는 것처럼 은은한 라일락 꽃 향기가 배어 있고, 뽀얗고 투명한 소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유미의 방


사이버와 아날로그의 과도기인 2000년. 그 때의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소품들이 유미의 방에 한가득이다.



미리의 방


90년대 도쿄 외곽 숲속 오두막집에 사는 모리걸 컨셉의 미리의 방. 아오이유우가 금방이라도 방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다.



여작가 J의 방


1980년대 일본 교토에 사는 여작가J의 낡은 작업실. 예민하고 섬세하며 오랜 것을 사랑하는 여작가의 방은 영화 ‘러브레터’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임 공간이 촬영 공간이 되다


Q.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된 계기와 촬영 장소로 공유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올해 초, 사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무척 힘든 시기였어요. ‘나도 예전에는 꿈 많던 소녀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고통 받는 성인이 되어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방 하나를 채워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한달 동안 만든 공간이 바로 이 ‘유미의 방’이에요. 저의 행복했던 학창 시절을 그대로 재연한 공간이지요.  


처음에 유미의 방은 주로 모임 공간으로 사용 되었어요. 저 역시도 사람들이 이 곳에 놀러 와서 재미와 위로를 받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고요. 그런데 아워플레이스를 통해 스냅 촬영을 예약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 이 공간이 촬영 장소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때 확신이 들었죠. 컨셉과 캐릭터가 뚜렷한 공간이 곧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 후로 방마다 하나씩 컨셉을 잡고 방의 주인공을 설정해 나갔어요. 미리의 방, 메리의 방, 여작가 J의 방.. 이렇게요.



진짜배기 소품 찾아 삼만리


Q. 방마다 다른 컨셉으로 꾸미려면, 무엇보다도 소품을 구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아요.


 맞아요. 유미의 방 같은 경우에는 제가 어릴 때 쓰던 물건도 있고,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구한 것도 있어요. 소품 하나하나에 진심인 편이라 군산이나 익산 등 멀리까지 가서 어렵게 구해온 것들이 꽤 있어요. 그 곳에 가면 옛날 물건들을 구할 수 있거든요. 온라인으로 사면 되지 않냐고요? 절대 안되죠. 감성이 담겨있는지를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려요. 어떤 특정한 소품을 구하고 싶으면 수소문을 해서라도 찾아내는 편이에요.



여작가 J의 방에 있는 소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온 것들이에요. 가구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오래된 고재가 아니면 쇼와 시대를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컨셉과 배경은 80년대의 교토인데 밝은 아카시아 나무로 된 가구가 있으면 이상하잖아요. (웃음)



몰입 할수록 단단해지는 공간


Q. 소품 외에도 컨셉이 뚜렷한 공간을 만드는데 신경 써야 할 것은 또 뭐가 있을까요?


 몰입이요. ‘이런 스타일로 꾸며 봐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내가 이 공간의 주인공이다 생각하고 몰입하며 공간을 만들면 좋겠어요. 저 역시 유미의 방, 미리의 방, 여작가의 방 모두 제가 실제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의 삶을 생각하며 공간을 꾸몄어요. 작은 소품 하나를 둘 때도 ‘내가 미리였다면 이 위치에 도시락 통을 둘 것 같아’ 하면서 고민을 하는 편이고, 그렇게 하나씩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제가 원래 좋아하는 영화나 콘텐츠 속의 인물에게 이입을 잘 하는 편이거든요. 인물의 작은 감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공감하는 걸 좋아하고, 한번 꽂힌 장면은 계속 돌려보고 또 돌려봐요. 그렇게 하다 보면 남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저에게는 영감이 되고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Q. 유미의 방처럼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요즘 스튜디오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대폭 늘어난 것 같아요. 공간을 특색 있게 꾸미고 운영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자기 자신에게 더욱 몰입해보고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라고요. 나 다운 것이 뭔지 알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저 역시 그랬 듯이요. 앞으로 탄생될 또 다른 유미의 방들을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에디터의 후기]


인터뷰를 하기 위해 유미의 방에 갔다가 10대의 나를 만나고 왔다. 별 것 아닌 것에도 무지 행복해하던, 제대로 된 사랑을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이별 노래에 절절하게 울던 소녀 시절의 나를.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듬어주며 말하는 것 같았다. 어른의 세계가 힘들지는 않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쓰며 잘 살고 있다고.. 소녀의 세계는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을 테니 필요할 땐 언제든 들렀다 가라고. 


시간 여행에 동행해 주신 변소정 호스트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아워플레이스 #hourplace #장소공유 #촬영장소 #장소대여 #호스팅 #노하우 #호스트 #인터뷰 #공간운영 #스튜디오 #공간비즈니스 #알트탭스튜디오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서 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