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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워플레이스 Sep 02. 2021

좋아서 하는 일

한지혜 (포일스튜디오 호스트)

‘일’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따라 붙는 연관 단어들이 있다.


스트레스, 돈, 월급, 상사, 대인관계, 불금, 존버…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사람들에게 왜 일을 하는지 물어보면 돈 벌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그나마 할 줄 아는게 이것 뿐이라서.. 등 대부분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 가운데 ‘이 일을 좋아해서요.’라는 말을 들으면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내심 기분이 좋다. 나는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데, 나 대신 누군가 그런 삶을 살아주는 게 고맙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말이다.


회사원으로 쭉 일을 하다가 현재는 회사를 그만두고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호스트를 만나고 왔다. 사진을 찍고, 찍히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현재의 일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는 호스트.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느꼈다. ‘일’과 ‘좋아하다’라는 단어가 만나면 삶에 커다란 힘이 생긴다는 것을. 본인에게 꼭 맞는 새로운 일을 찾은 한지혜 호스트님과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공간을 메운 햇빛에서 영감을 얻다


안녕하세요. 올해 2월부터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포일 스튜디오 호스트 한지혜입니다. 원래는 여행사에서 쭉 일을 하다가 결혼 후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공간 비즈니스 쪽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운영해야겠다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우연히 매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을 방문했는데, 해가 길게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공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공간에선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스튜디오가 떠올랐어요. 자연광이 좋으면 촬영하기 좋으니까요.

제가 대학 시절에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었거든요. 신랑도 그때 알게 되었고요. 신랑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면, 저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연광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고,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 예쁘게 잘 나오는지 꿰고 있었죠. (웃음)



무심한 듯 세심한 스튜디오


스튜디오 이름이 왜 ‘포일 스튜디오’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으세요. 오글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약간 툭 던지듯 무심하면서 시크한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신랑과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무슨 이름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옆에 놓인 쿠킹호일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포일 스튜디오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웃음)

포일 스튜디오는 4가지 컨셉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사용자가 촬영 컨셉에 따라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 차가운 오피스 느낌, 미드 센추리 모던 등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값 비싼 가구 대신 값진 안목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트렌드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희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주 고객층이 20대인데, 그들이 원하는 톤앤매너는 어떤 것인지, 어떤 소품들을 좋아하는지, 뜨고 있는 인테리어는 뭔지 등.. 그 세대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필수인 것 같아요.

유행하는 아이템들을 다 저희 스튜디오에 구비해 놓을 수는 없지만, 뭐가 유행하는지 알고 있으면 자연스레 안목이 생기더라고요. 여기 모듈장처럼 보이는 가구는 원래 볼링장에 있던 거예요. 중고로 구매한 낡은 장을 닦고 또 닦았더니 지금은 저희 스튜디오의 시그니처 가구가 되었어요. (웃음)



소비자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그들의 요청사항을 귀 기울여 듣고 반영하는 것도 스튜디오 운영자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이전에 퀸 와사비님이 저희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룩북 영상을 촬영하고 가셨는데 ‘옷걸이가 몇 개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원래는 옷걸이가 조금 밖에 없었는데, 그 질문을 듣고 바로 더 챙겨 놓았어요.


그 외에도 스튜디오를 처음 이용하시는 분들께 항상 여쭤봐요. 필요하신 것이 있는지, 불편한 건 없는지… 게스트 분들께서 말씀해 주시는 것들 중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한 수렴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없는 날에도 이곳에 와서 앉아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분 단위로 달라지는 일조량과 햇빛으로 인해 생기는 공간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거든요. 날이 갈수록 제 공간에 대한 애착도 더 깊어지고 있어요.

제가 원래 세상을 밝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요, 지금 하는 일에 만족도가 높아서인지 전반적인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아요. 저는 스튜디오를 운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촬영 전문가도 아니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이 휴대폰 사용법을 몰라 젊은 친구들한테 많이 물어보시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 역시 계속 배워 나가고 싶어요. 그래야 이용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에디터의 후기]


‘일’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단어, ‘좋아하다’.
그래서인지 ‘좋아서 하는 일’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줄 알았다.

좋아하던 일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새로운 군상의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미있다 말하는
한지혜 호스트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 역시 내 일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는 것이 그저 '일'일 뿐인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
결론은 아직까지는(?) 후자에 가까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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