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는 글을 올라왔다. 어디에? 우리 학원 쪼꼬미 중 한 명의 블로그에.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는 블로그를 한 달 일기 형식처럼 쓴 뒤 서로 댓글을 주고받는 게 유행인가 보더라.
매 월말이면 인스타 스토리에 새로 올린 글을 봐달라며 홍보하는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글이겠거니 했는데, 첫 문단부터 심상치 않다.
'미술 입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의 생각을 알아주는 이가 있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의 고민끝에…' 까지 읽은 나는 이 페이지에 끝에 다다랐을 때 한껏 마음이 아릴 준비를 했다. 19살인 이 쪼꼬미들은 자신의 고민을 알아줬으면 하는 걸 이기적이라고 하는 둥 그 나이답지 않은 표현을 하곤 한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거다 아이들은.
미술학원에 처음 들어와 기본으로 제공하는 연필, 지우개, 칼을 받은 걸 설렘이라 표현하는 초반을 지나
글 중반부에는 회의감, 경쟁, 의구심과 같은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짧지 않은 글을 몇 번이나 스크롤을 오르내리며 읽고 머물렀지만 차마 가볍게 댓글을 달 질 못하겠어 창을 닫아버렸다.
얼마 전 작업실에 놀러 온 동료 강사이자 전(前) 학생과 같은 고민을 나누었는데 미술학원과 입시제도에 관해 큰 불만과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입시생을 졸업하고 열 몇 걸음 떨어져서 큰 그림을 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 큰 소리를 낼 생각을 못 하는 건, 그러니깐 그와 비슷한 걸 학원 아이들이 냈을 때 동조해주지 못하는 건,
학원 소속으로서 경제적 수혜를 누리고 있는 '이기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곳이 변하지 않고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기둥을 세운 것 까진 아니더라도 타일 하나 정도는 깔지 않았을까 싶은거지.
인스타툰을 다시 연재할 동기가 생겼다.
미술학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짧은 만화들을 연재하던 인스타툰을 잠시 휴식기에 두고 있던 참이다.
팔로워 천 명정도를 간신히 웃도는 계정이 용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꾸준히 연재할 수 있었던 건 업로드 때마다 좋아요 1등으로 경쟁을 해대는 유쾌한 아이들 덕이었다.
이번엔 조금 다른 방향의 이야기들을 그려볼까 한다.
가능한 선에서 적나라하게 들어낼 이야기들이 그 자체로도 그 아이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근처에 있다는 건 적지않은 위로가 된 다는 걸 경험한 적 있다. 유별나지 않은 생각이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은, 묘한 안심감을 준다.
호기롭게 말하고 있지만서도 학원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한계가 분명 있겠지만, 그 이야기들이 어디로 날아가진 않을 거다.
필요하다면 원장님이라도 차단하고 뭐(애독자신건 압니다만, 죄송합니다...).
그러니 무리 없이 내가 가능한 선에서, 그리고 무겁지 않게 풀릴 이야기들에 요 며칠 날씨만큼이나 눅눅해진 마음을 툭툭 덜어내고 가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