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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 Apr 20. 2021

오늘 밤은 악몽이 아니려나요

꿈을 위한 꿈의 무게

며칠 간 꿈 속에서 나는 한참을 도망치고 있다.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서 숨이 차게 뛰고 어떤 것에게 붙잡히고 괴로워하면서도 깨질 못한다.

상황만 다르지 결이 같은 꿈이 밤마다 반복되고 있자니 이제는 잠이 들기가 두렵다.

시계의 짧은 침이 4를 넘어 5까지 가기 직전이다.


어제도 그런 걸 꿔버리고 침대에 누워 쉬고있는 엄마 곁에 가 철퍼덕 누워 중얼거렸다. 자꾸 누가 나를 쫓아와, 나는 계속 도망가야되는데 도망가도 잡히고 깨지도 않아.

대뜸 엄마는 그런다. 네 작업실이 생겨서 기분이 어때?

그냥.. 이제 나만 잘 한다면 된다는 생각이지 뭐.

부담 돼?

부담 되지.

그건가보네.

꿈? 내가 부담 가져서?

조급해하지마 봄아. 그냥 가서 놀아 뭐 해야된다는 상각 말고.

응.

가서 부담되면 오늘은 부담스럽네 하면서 놀아.

응.

거기 어차피 엄마 그림창고 겸용으로 해서 구한거잖아. 그러니깐 그럴 땐 그림창고니깐 뭐 해버려.

진짜라니깐. 응 그래도 . 정말로 그래도 .


눈 뜨자마자 비몽사몽인 채로 얘기를 나눌 때의 큰 장점이다. 울컥해버려도 아직 잠이 덜 깬 척하며 눈을 꼭 하니 감고 있어도 된다는 점, 눈꼽을 떼는 척 흐르려하는 걸 슬쩍- 훔쳐갈 수 있다는 점.

한참을 그러고 있으면, 감은 눈 위로 엄지가 눈썹선을 따라 몇 번을 훑고, 볼을 감싸 토닥이는 손길이 느껴진다. 어쩐지 오늘도 비슷한 꿈을 꿔도 괜찮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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