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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Jan 29. 2024

나는 유투버입니다.

그냥 꾸준하게 하는 거다. 

마흔이 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이젠 20대 때처럼 경험을 쌓는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마음대로 다 해볼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흐르고 무한대가 아닌 한정적이라는 사실. 

이젠 인생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 


작년 이맘때쯤, 회사로부터 우리 팀 정리해고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2월 초에 회사로부터 공식 레터를 받고 3주 있다가 회사문을 나왔으니 벌써 어느새 1년이 흐른 셈이다. 4장짜리 허름한 공식 레터를 받고 이 해고 절차가 합법적인가 변호사 자문도 구해보고 밤새도록 프랑스 법도 찾아보며 혼자 씨름했던 일도  두 달여 사이에 시들해졌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괜한데 힘 빼지 말자는 거였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면 나를 잘랐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과 나는 그게 나의 운명이었을 거다라고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니 회사 결정에 대한 울분도 자연히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나는 1년 동안 정말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해봤다. 

직장인으로 살 때 시간에 쫓겨 가방 하나 제대로 완성 못하던 때에서 밥만 먹고 잠만 자고 아이와 있는 시간만 제외하면 나는 재봉틀 앞에 늘 앉아 있었다. 머릿속으로 늘 가방 패턴만 생각했다. 

인스타나 틱톡에 가방 사진을 올리면 사람들이 좋다고 해주는 그 반응도 좋았다. 사업에 관한 자문도 여러 명에게 물어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날 이걸 해야겠다 생각하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실천에 옮겼다. 내겐 1년이란 시간이 모든 것을 구체화하는데 짧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할 수가 없었다. 방황하는 시간도 경로를 수정하는 시간도 마흔에 다시 시작하는 나에게는 일초가 아까웠다.  

자연스레 내가 한 땀 한 땀 만든 가방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그 이후로 SNS 계정에서도 그냥 사진만 달랑 올리지 않고 영상으로 올려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 보니 문득, '그럼 나도 Youtube 나 해볼까' 하고 생각에 이르렀다. Why not?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기획하고, Script 짜고, 준비하고, 카메라 찍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무엇이든지 처음 해보는 일은 설레고 재미있으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1주일 단위로 어떤 것이라도 올려보자고 했던 것은 지금까지 운영이 잘 되고 있다. 

구독자 수가 몇 명이나 수익이 나냐는 관점으로 본다면 글쎄, 그건 제로지뭐. 

첫술에 배부르랴. 

좋은 영상을 쭉쭉 올리다 보면 언젠간 떡상 알고리즘을 타겠지. 





 

내가 자주 보는 영상 중에 이런 게 있다. 

김어준의 '내가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

모든 사람에게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이 과정이 제일 어렵다. 

원하는 것을 하는 거에서 물론 경제적인 면까지 고려를 해야 되니 아마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만 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가방을 팔아서 이게 자기만족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잘 알고 있다. 내가 계속 가방을 만들려면 원동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역시 지금 만들어 놓은 것을 잘 파는 것도 중요한 일. 

원하는 것을 찾고 나서는 그다음은, 그냥 그 일을 하는 거다. 

그게 자기의 행복을 찾는 일. 지금 당장에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지금의 그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지금 하지 않고 준비하고 나중으로 미뤄서 훗날 적금처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 시간에 행복은 그때가 아니면 사라지는 일. 


그러나 내 당장의 행복만을 위해서 나는 이렇게 버틴다 하지만우리 가족은 그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나는 혼자가 아니고, 아이가 두 명 있는 엄마인데. 

이런 이기적인 마음은 지금 괜찮은 건가. 


고마워. 니가 나처럼 이렇게 막 나가지 않고 너라도 이렇게 있어줘서.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일반 회사원인 남편은 내가 가방을 만들어 본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좀 큰 다음에 하라고 내게 권유했지만 나는 이미 마음이 돌아선 상태라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내로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가장의 일을 좀 도와주면 남편이 한결 수월할 텐데. 

지금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딱 2년만 해보는 걸로 우린 결론을 냈다. 

물론 내가 일을 안 한다고 해서 집 융자비며 아이들 학비며,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을 남편이 대신 내준다거나 깎아준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저 다시 일을 하러 나가라고 하지 않는 게 고맙다. 꿍쳐 모아둔 돈이며 실업 수당에서 일단은 버텨보는 거지 뭐. 

내가 버티는 이 시간 동안 남편은 그냥 믿어주는 걸로 생각을 바꾼 모양이다. 

그 이후로는 가방 만드는 일은 잘 되고 있냐는 물음 외에는 별 다른 간섭이 없다. 

'넌 열심히 하니까. 잘 될 거야.'라고 말해주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그래, 내게 필요한 말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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