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입사자를 위한 멘탈관리 팁
혹은 정신승리 팁
지난달 우리 팀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최근 주변에 첫 이직을 시도한 지인이 몇 있었다. 회사를 몇 번 옮겨 본 터라,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다시 생각이 났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 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조직의 업무방식에 적응하고, 그곳에서만 쓰는 언어를 새로 학습한다. 내가 첫 이직을 할 때 나의 멘토 같던 선배가 '이직은 이민만큼 환경 변화가 크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이직을 할 때마다 그 말이 생각났다.
신규 입사, 재입사, 이직, 부서이동 등 새로운 조직에서 적응할 때 참고할만한 멘탈관리(혹은 정신승리) 팁을 그들에게 두 가지 공유했는데, 글로도 남겨둔다.
1. 스스로에게 수습기간을 주고, 그 기간에는 자신의 업무능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신규 입사자나 이직자가 입사하기 전 제일 걱정되는 부분을 물어보면 공통적인 답변이 '내가 거기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이다. 나도 그랬고. 근데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당연히 일을 못한다. 근데 매 순간 일을 못하는 자신을 자각하고 반성하고 수치스러워하면 견디기 힘들다.
옮겨간 조직에 있던 기존 팀원들은 몇 년 더 그곳을 경험한 선배들이다.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레거시나 히스토리도 더 잘 파악하고 있다. 부서 간 미묘한 이해관계도 알고 있고, 리더의 성향과 동료 별 장점과 커뮤니케이션 시 주의사항도 안다. 많은 면에서 나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근데 새로 굴러 들어온 내가 입사하자마자 일을 척척 잘하고, 다른 사람들 만큼 혹은 그들을 앞지르길 바라는 건 한편으로는 기존 팀원들이 몇 년간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무시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들의 노하우를 존중하고, 많이 배우고, 천천히 따라잡자.
스스로 수십 기간을 정해서 그 기간에는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곳을 파악하고, 적응하려고 하자. 어느 정도 적응되면 업무능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잘하는 사람은 어딜 가든 잘하더라.
2. 콩깍지 기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해두자.
이 조직에 오려고 했던 이유를 어딘가에 써두자. 면접용 대외적인 이유든, 오프 더 레코드 사적인 이유든 다 적어둔다.
그리고 새 조직에 들어가면 처음 얼마간은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콩깍지의 기간이 있다. 이 기간에 좋아 보이는 점들을 하나하나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둔다.
위 기록들을 몇 달 지난 뒤, 혹은 몇 년 뒤 다시 들춰보면 초심을 되새길 수 있다. 콩깍지 기간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은 한참 뒤에 봐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맞아, 내가 이래서 옮겼지, 내가 이래서 여기를 좋아했지, 생각을 하면 다시 얼마간은 힘이 난다.
반대로 그 리스트에 더 이상 유효한 항목이 없다면 옮길 타이밍이라는 강한 사인일 수도 있다.
조직생활을 길게 가고 싶다면, 체력만큼이나 정신력을 안배해야 한다. 새 부서에서 몇 달 하고 뜰 거 아니니까 한두 달 안에 승부 볼 필요 없다. 마음이 튼튼해야 일도 흔들리지 않고 잘할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지 않아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