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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Nov 22. 2020

'관심'이 '관점'으로 자라나는 기록

아임디깅 전시 후기

아임디깅 전시는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에 종종 나타나면서 방문해봐야겠다 생각했다. 다녀온 사람들의 평이 다 좋아서 어떤 전시인지 궁금했다. 소소문구에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디깅노트'에 17명의 '쓰는 사람'이 100일간 각자의 관심을 기록한 전시다. '디깅노트'는 무언가에 빠져 그것만 파는(dig) 사람을 위해 소소문구에서 새로 기획한 노트다. 아티스트, 뮤지션, 일러스트레이터, 브랜드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디깅노트에 관심이 관점으로 자라나는 기록의 과정을 담았다.


스탠다드에이에서 진행했던 이 전시장을 사실 나는 두 번 다녀갔다. 처음에는 토요일 오후에 갔는데 대기자가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입장을 포기했다. 그래서 평일 오전에 오픈 시간 맞춰 다시 방문했다. 다행히 11시 오픈 시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1시간 정도 보고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집중해서 관람하다 보니 3시간 가까이 관람을 해버렸다. 머릿속은 가득 차고, 마음은 잔뜩 설레고, 배 속은 텅 빈 채로 나왔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큰 만족감을 얻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입장을 위한 대기 줄이 엄청 길었다.ㄷㄷ)




전시를 보고 좋았던 점을 몇 가지 남겨둔다.


17명의 노트

전시된 17개의 노트의 내용이 하나하나 좋았다. 재밌어서 대부분 하나하나 다 읽었다. 다듬어지지 않는 날것의 기록이 원본 그대로 손에 잡혔다. 디깅노트의 구성이 그리드(grid)와 무지(blank)가 한 면에 섞여있었는데, 구성이 특이하다 보니 각자의 결과물이 달랐다. 이 그리드와 빈칸을 각자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공간 구성

차분하게 노트를 하나하나 읽어볼 수 있도록 공간이 편하고 안락했다. 스탠다드에이는 가구 쇼룸인데, 이 장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냥 하얀 빈 전시장이었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스탠다드에이의 따뜻한 가구들 덕분에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친구 노트를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관람했다. 노트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고, 노트를 하나하나 볼 때마다 그 노트를 쓴 사람과 친해진 느낌이었다.




참여감(engagement)

참여감을 주는 요소들이 많았다. 보는 것뿐 아니라 경험까지도 고려한 전시의 기획이 몰입감을 더했다.


1) 전시장 입구에서 종이를 한 장 나눠준다. 거기에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전시된 각 노트 옆에 그 노트를 상징하는 스탬프가 하나씩 있다. 다 읽고 나면 스탬프를 찍었다. 하나하나 노트를 수집하는 느낌이 좋았다.



2) 나눠줬던 종이에 '디깅하고 있거나 디깅하고 싶은 것'을 적는 곳이 있다. 요 단순해 보이는 문장 하나에 관람하는 내내 다른 사람들의 노트를 보며 나도 계속 생각해보았다. 나는 무엇을 디깅하고 싶은 걸까. 내가 몰입하는 것, 나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3) 이 문장을 채워서 나가는 길에 제출하면 '디깅카드'라는 걸 준다. 금색 번쩍거리는 종이에 삽 모양(디깅노트 앞에도 있다)을 즉석에서 형압하여 준다. 효율을 생각한다면 미리 다 형압 해놔도 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찍어주는 것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 같아서 좋았다.



4) 각 노트는 미술관 액자 속에 미술품이 아니었다. 만질 수 있고, 심지어 노트 뒤에 나도 적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트를 읽은 후 느낀 점, 영감을 받았던 것, 각자의 다짐, 응원의 말을 방명록처럼 남겨두었다.



5) 전시를 다 보고 1층으로 내려오면 (전시는 2층과 3층) '관점 카드'라는 걸 적을 수 있다. 전시된 노트의 적혀있던 문구나 그림 등을 크게 스캔하여 카드로 만들었고 관람자들이 그 빈 곳을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관점 보드에 작성한 카드를 붙여둔다. 그 앞엔 I'm Digging_______. 이라는 도장이 있다. 나는 내 노트에 도장을 찍어갔다.




한 주제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기록을 지켜볼 수 있어 즐거웠다. 모두의 마음속에는 각자의 '디깅'이 있다. 17명이 디깅하는 주제들을 보여주는 전시였지만, 결국 당신의 디깅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전시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디깅을 소소문구의 디깅노트와 함께하라는 메시지였겠지. 그래서 나도 나오는 길에 샀다. 그냥 신제품을 발표하고 노트의 컨셉을 발표했다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구체적인 활용 예시를 진심을 다하여 구체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저절로 노트를 구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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