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흔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디 Mar 12. 2021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책 기록'

노션을 이용한 책 기록 (+노션템플릿)

원래 전 이것저것 기록하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제가 보고 읽고 들은 콘텐츠에 대해 메모하는 걸 좋아해요. 그중 책을 읽고 기록하는 방식이 오랜 시간 정교하게 다듬어서 꼭 한번 글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책을 제대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애써 읽은 경험과 생각이 빠른 시간 안에 휘발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기' 위해 읽은 것을 잘 기록하는 연습을 해왔어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어, 모든 과정에 나름의 체계를 잡아두었습니다. 아직도 기록 방식을 종종 튜닝하지만, 이 글을 쓰는 2021년 3월 기준으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1. 위시리스트


읽고 싶은 책은 왜 이렇게 많은 거죠.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추천을 받고는 합니다. 책 관련 팟캐스트도 가끔 들어요. 그래도 역시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때가 가장 많아요. 서점, 출판사, 애서가들의 계정을 많이 팔로우하다 보니 매력적인 책 소개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고 '네이버 책'에서 상세정보를 보고 Keep 기능으로 저장해둡니다. 저의 Keep은 책 저장 기능으로만 써서 따로 태그를 입력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저장하지 않고 네이버를 쓰는 이유는 거의 모든 책이 다 검색되고, 다양한 검색 결과가 나오고, 여러 서점의 구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어 좋더라구요. 익숙하고 편한 것도 큰 이유 같네요.   




2. 구매


저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 혹은 거의 다 읽었을 때쯤 다음에 읽을 책을 삽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는 애서가들이 많습니다. 근데 전 읽을 책만 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이유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 이후 집에 책이 쌓이는 걸 지양합니다.

책을 구매할 때와 읽을 때의 시차가 길어질수록 읽는 시점에 그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다른 책이 더 읽고 싶어지기도 하구요.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사야 읽는 경험이 즐겁더라구요.

한 권을 다 읽고 나에게 주는 소소한 보상처럼 느껴져요. 이번 책도 다 읽었다니 수고가 많았다,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더 살 기회를 주마, 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다음 책을 골라요.


Keep에 저장해둔 책들을 훑어보며 그 시점에 설레는 책을 한 권 고심하여 고릅니다.



3. 읽기 시작


책을 읽기 시작하면 우선 노션에 페이지를 하나 추가합니다. '흔책방'이라는 워크스페이스가 있는데 거기에 페이지를 추가하여 책 제목과 작가명을 쓰고 Now Reading이라는 태그를 붙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때때로 정리해두고 싶은 생각은 노션에 열어두었던 페이지에 간단하게 한 줄씩 남겨요. 정식으로 쓴 글은 아니고 그냥 메모하듯이 키워드 위주로 써둬요. 노트에도 손 글씨로 생각을 간단히 메모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사진을 찍어둡니다. 저는 책을 다 읽으면 몇 권 모아 바로 처분하는 타입이라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지는 않아요.(이 얘긴 뒤에 자세히) 이 책은 잠시 나를 스쳐갈 뿐, 남의 책을 빌려 보는 것처럼 책을 읽습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사진 찍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인상적이었던 페이지만 찍었는데, 한 페이지에 워낙 많은 텍스트가 있다 보니 나중에 왜 찍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어요.


여러 앱을 테스트해보다가 결국 인스타그램 스토리 정착했습니다. 따로 앱을 받을 필요도 없고, 사용성도 익숙하고, 텍스트도 입력하기 쉬워서 밑줄을 그은  코멘트를 남기기 좋더라구요. 사진을 찍고, 밑줄을 그은  상단에 '사진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그중 일부는  스토리에 게시하기도 합니다. 스토리에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드백을 남겨줄 때가 많아요.  어떤지 묻거나, 밑줄 그은 내용이나 제가 남긴 코멘트에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도  책을 읽었다며 감상평을 나누어 주시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저도 책에 대한 생각이 점점 정리되어서 좋아요.



스토리를 활용하면 또 좋은 점이 사진을 저장할 때 사진첩에 'Instagram'이라는 폴더가 생성되어 거기에 사진이 저장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책을 찍은 사진이 다른 사진들과 섞이지 않아요. 이건 다 읽은 후 사진을 정리할 때 정말 편했어요.   



4. 완독


책을 다 읽으면 Notion의 페이지에 Now Reading 태그를 다 읽은 연도/월로 바꾸어 저장합니다. 그러면 연도별로 몇 개의 책을 읽었는지 훑어볼 수 있어서 꽤 뿌듯해요. 저는 이 기록을 2014년부터 시작했더라구요. 처음에는 트렐로(Trello)로 시작했고, 지난해에 노션으로 모두 임포팅 했어요.


태그를 바꿔 달고 나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찍어둔 사진들을 다 불러와서 페이지에 밑으로 쭈욱 붙입니다. 그리고 감상평을 꼭 써요. 책을 다 읽고 감상평을 써두지 않으면 책 내용이 남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간단하게라도 써요. 처음에는 쓸 말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간단히 한두 문장만 썼어요. 근데 익숙해지다 보니 몇 문장 늘고, 몇 문단으로 늘어나더라구요.




처음엔 저만 보려고 감상평을 남겼다면, 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 포스팅 으로도 남기기도 합니다. 스토리로 과정을 올리고, 결과는 포스트로 올리는 거죠. 제 리뷰를 보고 그 책에 흥미를 느끼거나 구매를 하는 사람들의 댓글이나 DM을 받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돌아오는 커미션은 없지만)



책을 다 읽으면 다시 2번 단계로 돌아가서 다음 책을 고릅니다.



5. 처분


2단계에 썼듯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이후로 책을 집에 쌓아두지 않습니다. 저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니면 대부분의 책은 다 읽고 처분합니다. 저에게 할당된 한 칸짜리 책장에 10권 정도의 책이 모이면 때가 온 겁니다. 그 책에 관심을 보였던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기부도 하고, 중고 서점에도 팔고, 드물게 버리기도 합니다.


덜 읽거나 아예 안 읽은 책은? 이건 단골 질문인데요, 10권이 쌓일 동안 안 읽었다면 앞으로도 그 책은 안 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사면됩니다.) 부채감으로 책을 읽거나 쌓아두는 게 싫더라구요. 그래서 10권 쌓일 동안 안 읽었으면 과감히 처분합니다.


다 읽은 책을 나눠주는 마음은 가볍지만, 안 읽은 책 처분은 마음이 무거워요.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르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읽는 책 하나하나가 더 소중합니다. 이제는 읽다가 안 맞아서 중단하는 책은 있어도, 아예 안 읽고 버리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즐겁지만,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는 법을 익히려고 해요. 이 글의 책 기록 법도 계속 다듬어 가려고 합니다. 이 글을 1년간 임시 저장해두었다가 끌어올렸는데요, 저장되어 있던 1년 사이 바뀐 부분들이 있어서 또 수정하였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기록하는지 궁금하네요.


위에 소개한 노션 기록 방식은 혹시 누군가에게 필요할까 싶어서 템플릿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 페이지 우상단에서 '복제'하시고 자유롭게 기록하고 편집해서 쓰세요!


https://www.notion.so/6ec229497c754f6ca059a4a529de27b8?v=2a3ac99d72384efc88c27d07184901b3


매거진의 이전글 7월에 읽은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