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흔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디 Jul 31. 2020

7월에 읽은 책

7월의 마지막 날, 이번 달에 읽은 책을 소개한다.


1.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이유미

2. 일꾼의 말 / 강지연, 이지현

3. 아무튼, 메모 / 정혜윤

4. 언컨택트 / 김용섭




1.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이유미


에세이가 쓰고 싶어 책을 샀다. 내 고민이 책 제목에 그대로 나와 있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나는 정답을 쉽게 얻고 싶어 책을 샀지만, 책에 정답은 없었다. 대신 좋은 질문들을 많이 던져주었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 좋은 글감 찾는 법, 메시지가 있는 글 쓰기, 타인이 내 글에 공감하는 법 등. 모든 질문에는 작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론들이라 정답은 아니다. 결국 각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아가야 나의 에세이가 완성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특별하고 각별하게 생각합니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내가 제일 우울한 것 같고 세상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자신이 겪은 고생 담을 노트에 끼적여보는 사람과 어우 피곤해하며 그냥 자는 사람.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도 전자겠죠?






2. 일꾼의 말 / 강지연, 이지현


두 작가가 10년 정도의 회사생활을 하며 주변 ‘일꾼’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일을 대하는 태도, 일꾼들과의 관계, 일의 기술에 대해 영감을 주었던 40명의 말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회사생활을 하며 스트레스 없이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40개의 ‘일사이트’ 중 자신의 고민거리에 대한 실마리는 하나 이상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챕터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하나씩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일꾼일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 취약한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구절:

회사는 알바생의 마음으로 다녀야죠.
내가 안 괜찮을 게 뭐 있어. 내 일이 나는 아니잖아. 그냥 내가 해야 할 리스트일 뿐이지. 일과 나 사이엔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해.
정신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무슨 회사가 잃어버린 조국이야? 독립 정신 앞세워 네 몸 희생하는 거냐고.
실수를 감추지 않고 공유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실수를 알리고,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 과정을 통해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3. 아무튼, 메모 / 정혜윤


바야흐로 기록의 시대인가. 최근에 기록과 메모와 일기에 대한 신간을 몇 권 읽었는데, 비슷한 듯 미묘하게 조금씩 다르다. 숭님의 <기록의 쓸모>는 기록을 통해 마케터가 일하며 영감을 얻는 과정을 소개했다. 이유미 작가님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에서는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기록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에 집중했다. 앞에 두 작가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면 정혜윤 작가님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경험 때문인지 좀 더 사회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더 나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 괜찮은 미래를 만들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메모를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소하게 끄적거린 메모가 나중에 의미 있는 큰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책에서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포로감시원을 다룬 라디오 다큐멘터리 <조선인 전범 - 75년 동안의 고독>을 시작한 단계에서부터 끄적인 메모 이야기가 좋았다. 아주 작은 씨앗을 심어주었던 메모부터, 실제로 이야기를 발전시키며 그 과정에서 했던 메모, 감정의 흐름 등을 소개해주는 과정이 마치 내가 그 일을 진행하는 것처럼 감정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메모는 누가 하는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띄고 그 메모를 다룬 결과 또한 아주 다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메모를 남기고 어떤 기록을 하는지 궁금해서 최근 그런 책들에 더 손이 갔던 것 같다. 최근 읽었던 책들이 좋은 참고가 되었지만 결국 메모든 기록이든 정해진 내용과 형식은 아무것도 없고 나만의 메모와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에 남는 구절:

"메모같이 사소한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다. 우리는 항상 사소한 것들의 도움 및 방해를 받고 있지 않냐고. 강아지가 꼬리만 흔들어도 웃을 수 있지 않냐고, 미세먼지만 심해도 우울하지 않냐고, 소음만 심해도 떠나고 싶지 않냐고. 그리고 또 말하고 싶다. 몇 문장을 옮겨 적고 큰 소리로 외우는 것은 전혀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란 말을 언젠가는 '자그마한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어 질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룬 성취, 그 전 단계에는 자신만의 메모가 존재할 것이다. 줄 치고, 삭제하고, 또 쓰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하트 표시, 별 표시, 엑스 표시, 동그라미 표시, 온갖 색깔의 펜, 온갖 필체, 각주, 화살표.... 메모는 인내심의 표현이다. 우리는 메모를 재료로 책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작업을 완성하고, 특별한 날을 준비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더 나은 생각을 찾고, 노동을 값지게 할 수 있다.
꿈꾸는 사람에게 일어날 가장 설레는 일. 꿈을 공유할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4. 언컨택트 / 김용섭


너무 늦게 읽었나. 코로나 19 초기라면 신기하게 읽었을 이야기들이 이제는 너무 일상이 되었다. 특히 비대면 시대의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워낙 관심이 많아 그동안 많이 찾아 읽어서 새로운 얘기는 별로 없었다. 그래도 온갖 분야에서 비대면의 영향을 다양한 사례로 살펴본 건 의미 있다고 느꼈다.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어느 부분에서 비대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언컨택트는 서로 단절되어 고립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선택된 트렌드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안과 위험의 시대, 우린 더 편리하고 안전한 컨택트를 위해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는 것이지, 사람에게 사람이 필요 없어지는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언컨택트 사회는 모든 타인과의 단절이 아니라, 연결될 타인을 좀 더 세심하게 가리는 것이다.





7월도 알차게 끝난 느낌. 8월의 첫 책은 얼마 전에 서촌 '한 권의 서점'에서 구매했던 '커플의 소리: 아 무샹.' 지금 반쯤 읽었는데 정말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6월에 읽은 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