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을 이용한 책 기록 (+노션템플릿)
원래 전 이것저것 기록하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제가 보고 읽고 들은 콘텐츠에 대해 메모하는 걸 좋아해요. 그중 책을 읽고 기록하는 방식이 오랜 시간 정교하게 다듬어서 꼭 한번 글로 남겨보고 싶었어요.
책을 제대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애써 읽은 경험과 생각이 빠른 시간 안에 휘발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기' 위해 읽은 것을 잘 기록하는 연습을 해왔어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어, 모든 과정에 나름의 체계를 잡아두었습니다. 아직도 기록 방식을 종종 튜닝하지만, 이 글을 쓰는 2021년 3월 기준으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은 왜 이렇게 많은 거죠.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추천을 받고는 합니다. 책 관련 팟캐스트도 가끔 들어요. 그래도 역시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때가 가장 많아요. 서점, 출판사, 애서가들의 계정을 많이 팔로우하다 보니 매력적인 책 소개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고 '네이버 책'에서 상세정보를 보고 Keep 기능으로 저장해둡니다. 저의 Keep은 책 저장 기능으로만 써서 따로 태그를 입력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저장하지 않고 네이버를 쓰는 이유는 거의 모든 책이 다 검색되고, 다양한 검색 결과가 나오고, 여러 서점의 구매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어 좋더라구요. 익숙하고 편한 것도 큰 이유 같네요.
저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 혹은 거의 다 읽었을 때쯤 다음에 읽을 책을 삽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는 애서가들이 많습니다. 근데 전 읽을 책만 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이유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 이후 집에 책이 쌓이는 걸 지양합니다.
책을 구매할 때와 읽을 때의 시차가 길어질수록 읽는 시점에 그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다른 책이 더 읽고 싶어지기도 하구요.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사야 읽는 경험이 즐겁더라구요.
한 권을 다 읽고 나에게 주는 소소한 보상처럼 느껴져요. 이번 책도 다 읽었다니 수고가 많았다,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더 살 기회를 주마, 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다음 책을 골라요.
Keep에 저장해둔 책들을 훑어보며 그 시점에 설레는 책을 한 권 고심하여 고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우선 노션에 페이지를 하나 추가합니다. '흔책방'이라는 워크스페이스가 있는데 거기에 페이지를 추가하여 책 제목과 작가명을 쓰고 Now Reading이라는 태그를 붙여줍니다. 책을 읽으며 때때로 정리해두고 싶은 생각은 노션에 열어두었던 페이지에 간단하게 한 줄씩 남겨요. 정식으로 쓴 글은 아니고 그냥 메모하듯이 키워드 위주로 써둬요. 노트에도 손 글씨로 생각을 간단히 메모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사진을 찍어둡니다. 저는 책을 다 읽으면 몇 권 모아 바로 처분하는 타입이라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지는 않아요.(이 얘긴 뒤에 자세히) 이 책은 잠시 나를 스쳐갈 뿐, 남의 책을 빌려 보는 것처럼 책을 읽습니다. 그래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사진 찍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인상적이었던 페이지만 찍었는데, 한 페이지에 워낙 많은 텍스트가 있다 보니 나중에 왜 찍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어요.
여러 앱을 테스트해보다가 결국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정착했습니다. 따로 앱을 받을 필요도 없고, 사용성도 익숙하고, 텍스트도 입력하기 쉬워서 밑줄을 그은 후 코멘트를 남기기 좋더라구요. 사진을 찍고, 밑줄을 그은 후 상단에 '사진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그중 일부는 제 스토리에 게시하기도 합니다. 스토리에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드백을 남겨줄 때가 많아요. 책 어떤지 묻거나, 밑줄 그은 내용이나 제가 남긴 코멘트에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도 이 책을 읽었다며 감상평을 나누어 주시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저도 책에 대한 생각이 점점 정리되어서 좋아요.
스토리를 활용하면 또 좋은 점이 사진을 저장할 때 사진첩에 'Instagram'이라는 폴더가 생성되어 거기에 사진이 저장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책을 찍은 사진이 다른 사진들과 섞이지 않아요. 이건 다 읽은 후 사진을 정리할 때 정말 편했어요.
책을 다 읽으면 Notion의 페이지에 Now Reading 태그를 다 읽은 연도/월로 바꾸어 저장합니다. 그러면 연도별로 몇 개의 책을 읽었는지 훑어볼 수 있어서 꽤 뿌듯해요. 저는 이 기록을 2014년부터 시작했더라구요. 처음에는 트렐로(Trello)로 시작했고, 지난해에 노션으로 모두 임포팅 했어요.
태그를 바꿔 달고 나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찍어둔 사진들을 다 불러와서 페이지에 밑으로 쭈욱 붙입니다. 그리고 감상평을 꼭 써요. 책을 다 읽고 감상평을 써두지 않으면 책 내용이 남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간단하게라도 써요. 처음에는 쓸 말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간단히 한두 문장만 썼어요. 근데 익숙해지다 보니 몇 문장 늘고, 몇 문단으로 늘어나더라구요.
처음엔 저만 보려고 감상평을 남겼다면, 언젠가부터 인스타그램 포스팅 으로도 남기기도 합니다. 스토리로 과정을 올리고, 결과는 포스트로 올리는 거죠. 제 리뷰를 보고 그 책에 흥미를 느끼거나 구매를 하는 사람들의 댓글이나 DM을 받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돌아오는 커미션은 없지만)
책을 다 읽으면 다시 2번 단계로 돌아가서 다음 책을 고릅니다.
2단계에 썼듯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이후로 책을 집에 쌓아두지 않습니다. 저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니면 대부분의 책은 다 읽고 처분합니다. 저에게 할당된 한 칸짜리 책장에 10권 정도의 책이 모이면 때가 온 겁니다. 그 책에 관심을 보였던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기부도 하고, 중고 서점에도 팔고, 드물게 버리기도 합니다.
덜 읽거나 아예 안 읽은 책은? 이건 단골 질문인데요, 10권이 쌓일 동안 안 읽었다면 앞으로도 그 책은 안 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지면 그때 다시 사면됩니다.) 부채감으로 책을 읽거나 쌓아두는 게 싫더라구요. 그래서 10권 쌓일 동안 안 읽었으면 과감히 처분합니다.
다 읽은 책을 나눠주는 마음은 가볍지만, 안 읽은 책 처분은 마음이 무거워요.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르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읽는 책 하나하나가 더 소중합니다. 이제는 읽다가 안 맞아서 중단하는 책은 있어도, 아예 안 읽고 버리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즐겁지만,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는 법을 익히려고 해요. 이 글의 책 기록 법도 계속 다듬어 가려고 합니다. 이 글을 1년간 임시 저장해두었다가 끌어올렸는데요, 저장되어 있던 1년 사이 바뀐 부분들이 있어서 또 수정하였어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기록하는지 궁금하네요.
위에 소개한 노션 기록 방식은 혹시 누군가에게 필요할까 싶어서 템플릿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 페이지 우상단에서 '복제'하시고 자유롭게 기록하고 편집해서 쓰세요!
https://www.notion.so/6ec229497c754f6ca059a4a529de27b8?v=2a3ac99d72384efc88c27d07184901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