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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날드곽 Aug 06. 2023

야근의 즐거움, 자율의 희열

할 자유 그리고 하지 않을 자유

야근을 대했던 우리의 시선은 선 또는 악


2016년 인도 주재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팔자에 없는 사업관리팀 팀장이 되고, 매일 떨어지는 수명업무들에 근 일 년간 거의 매일 야근, 주말 근무를 당연하게 했다. 2017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서고, 52시간 근무제가 급 시행되고, 2018년 MZ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90년 생이 온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야근은 갑자기 죄악시되었고, 리더들은 칼퇴에 대한 강박마저 생겼다. 야근이 사라졌다.


야근이 일상이던 시절 퇴근에 눈치 봤고, 52시간 근무제 이후엔 꼰대 취급받지 않으려 눈치껏 일찍 퇴근을 노력했다. 내가 변한 것은 없으나 야근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야근에 대한 생각과 부담은 크게 달라졌다.

남 신경 쓰지 않는 야근의 맛
  

올해 생에 첫 에이전트로 일을 시작하고 오래간만에 일주일에 평균 나흘쯤 야근을 하고 있다.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야근한다는 것을 크게 의식하지 못한 채 일을 하다가 느지막이 퇴근을 하고 있다. 해가 언제 졌는지, 주변 동료들이 이미 퇴근을 했는지 신경 쓰지 않고 내 일을 하고 사무실을 나온다. 마치 한참 바둑에 빠져 시간 개념 없이 바둑을 두다가 새벽을 맞이하던 때처럼 상방이 트인 상태로 몰입하고 스스로 마무리한다.      


에이전트로 산다는 것은 나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다. 일을 조금 더 할 자유, 일을 줄일 자유, 내가 선택한 야근은 그리 괴롭지 않다. 누구의 눈치도 볼 것이 없다. 그저 알아서 하고 책임지면 된다.


며칠 전 콘택했던 일들에 반응이 오며 정신없이 하루가 분주하게 지나간다. 조직 생활하며 알 수 없었던 나의 숨겨졌던 창의성이 문득문득 되살아나고 있다. 야근을 하던 그 어떤 나이스 플레이를 하던 알아봐 주는 사람 아무도 없지만 누구보다 내가 알고 있다. 사실 이부분이 더 중요하다.


회의실이 겸비된 폼나는 집무실에서 2차 상사로 앉아 현장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아무런 자각도 없이 답정너로 옛 경험담을 곰탕 끓이듯 반복하던 퇴화의 과정을 이제라도 이렇게 끊어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에이전트에게 야근할 의무는 없다. 야근할 자유가 있을 뿐. 야근의 즐거움. 자율의 희열.


Be you.

가장 너 답길.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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