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교로부터 해방된 속옷의 자유, 개성을 실천할 권리를 보장하라
효율적인 교복이 아니라 인간다운 교복을!
✍ 학생 용의복장 규제 반대 운동은 누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을까.
* 학생은 학생다워야한다? : 2014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학생은 학생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라는 제목의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서울 곳곳의 학교와 거리에는 ‘학생은 학생답게 자유로운 머리를 합시다’, ‘학생은 학생답게 개성 있는 복장을 합시다’, ‘학생은 학생답게 잘 쉽시다’, ‘학생은 학생답게 체벌 폭력을 거부합시다’, ‘학생은 학생답게 학교 규칙을 잘 바꿉시다’라는 문구들이 적힌 포스터가 붙었죠. ‘학생다움’에 뒤따라오는 사회의 통념들을 뒤집어버린 것입니다. 학생이나 여성들이 자유로운 복장을 하는 것은 전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에요.
2000년에 벌어진 두발자유화 서명운동 ‘노컷운동’을 시초로 따진다면 용의복장규제 반대 운동의 역사는 어언 20년이 넘는다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학생인권법이 몇 차례 발의되었지만 21세기의 용의복장규제는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있어요. 20년 동안 청소년인권운동에서 ‘용의복장규제’라는 의제는 단 한 번도 빠져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죠. 학생인권조례나 학생인권법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기도 했거든요.
✍ 모든 변화에는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이들의 품이 있다.
* 김토끼가 쏘아올린 작은 공 : 2021년 3월, 서울 소재의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토끼는 ‘새로운 출발’이나 ‘설레는 만남’처럼 두근거리는 표현이 아닌, 충격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으로 가득 찬 표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의 학교는 보수적인 전통을 자랑하는, 오랜 역사의 직업계 여자 고등학교였기 때문이죠. 해당 학교의 학교생활규정에는 염색/펌 금지, 춘추복 위 외투 금지, 치마 길이 제한, 체육복 착용 제한, 악세사리 착용 금지 등의 조항이 담겨 있었는데, 규정에 없는 사항들마저 교육청의 감시를 피해 학생들을 통제하기 일쑤였어요.
* 이후 어떻게 운동이 펼쳐졌을까 : 마침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였던 김토끼는 자신이 활동하던 단체의 게시판에 재학 중인 학교의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글을 작성했어요. 김토끼의 글을 계기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용의복장규제 반대 운동을 촉발하게 되었습니다.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우리 학교에 아직도 이런 복장 규제가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처음에는 서울지역을 한정으로,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 혹은 졸업한 학교의 인권침해적인 용의복장규제를 제보받았지만, 곧 지역제한 없이 전국으로 범위를 넓혔어요.
✍ 이 운동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을까.
* 인권위와 교육청의 응답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을 압박하기 위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준비했어요. 설문조사에 제보된 서울 관내 55개 학교의 학교생활규정을 조사하고, 규정을 확인할 수 있는 33개교를 인권위에 진정했죠. 국가인권위원회는 약 6개월 후 서울 31개 학교에 용의복장규정을 개정 권고하며 “염색파마 금지, 체육복 등하교 금지, 교복 상의 위 외투 착용 강제 등은 인권침해”라는 입장을 발표했어요. 2017년 인권위에서 발표한 ‘학교생활에서의 학생인권증진을 위한 정책개선 권고’에서보다 넓은 범위의 자유화를 권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체육복 관련 권고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에요.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변화를 만들어가야하는 과정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 활동가들이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결국 학생인권을 직접 개선할 수 있는 건 교육청의 움직임일 수 밖에 없어요. 인권침해적인 용의복장규제가 폐지되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활용해 각 학교의 학생인권 실태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개선을 위해 직접 나서야만 해요.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며 공문 한 장 보내는 것으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죠. 어느 학교도 교육청의 ‘친절한 책임 회피성 공문’을 무서워하지 않거든요.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조례가 개정된 직후 각 학교에 “따라서 교복과 관련한 학생생활규정은 기존과 같이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위 조례 개정의 취지에 맞추어 학생생활규정이 제·개정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끝맺는 공문을 발송했어요. 교육청에서 학교 안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자율적으로 운영’하라는 말이 학교의 해석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두발규제 반대 운동의 역사가 20년이 넘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해당 시기 운동에 가담했던 한 청소년인권활동가는 2015년 칼럼에서 "길어야 10년 정도면 되겠거니, 그렇게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 같다"고 회고해요. 많은 이슈들이 그러하듯, 두발규제 문제 역시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야 간신히 바뀐 셈이에요. 그 역사를 돌아보고 배울 점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아요!
그럼 다시 또 만나요! 안녕!
※ 위 내용은 서울시NPO지원센터 변화사례 아카이브 내용을 축약하여 만들어졌습니다.
※ 2017년부터 모아 온 변화사례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에서도 더 다양한 변화사레 리스트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