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만 유별난 E인 줄 알았는데 수많은 다른 유형의 E가 존재한다
MBTI의 외향 (Extroversion) - 자기 외부에 주의 집중. 다른 누군가에게 발상, 지식이나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사교적, 활동적이며 외부 활동에 적극성을 발휘한다. 폭넓은 대인관계를 가지며 글보다는 말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경험을 통해 이해한다. -출처: 나무위키
나는 ISTJ(현실주의자). 아내는 ENFP(스파크형).
MBTI상 우리 부부가 한 가지 공통 성향은 있는 줄 알았는데 MBTI상 하나도 겹치는 항목이 없다. 다만 결혼 10년이 지나니 서로가 왜 저렇게 생각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대방을 닮아 간다.
가령 결혼 초기에 난 사람들 만나기 싫으면 아예 안 나가다가도 이제는 좀 만나러 나간다. 반대로 아내는 예전에는 모든 약속을 소화했지만 이제는 모임에 좀 덜 나간다. 여전히 간극은 있지만 서로의 거리가 10cm 정도는 좁혀졌다.
결혼 초기 난 아내가 유별난 E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기 전 하루, 아니 저녁에만 약속 기본 4-5개, 결혼 후에도 학회나 세미나에 끊임없이 참석. 심지어 아내가 나온 정치외교학과 사람들은 졸업 후 전공이 다른데도 모여서 동창회도 아닌 세미나를 연다. 정치외교학과는 E들의 집합소 같다.
인간에게는 유한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한 난 아내의 무한 에너지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는 내 기준으로 분석을 해서 이해불가였지, 아내의 기준으로는 사람들 만나는 거 자체가 충분한 에너지 공급원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아내는 태양광 패널처럼 태양(사람들)을 통해 에너지 흡수를 하였다. 나처럼 쓰고 버리는 일반 원통형 건전지가 아니었다.
그. 런. 데. 살다 보니 세상은 넓고 다양한 E들이 존재했다. 아래는 내가 겪은 E 중에 가장 독특한 3명을 엄선했다.
1) 심장 3개를 가진 E: 이 분은 들으면 다들 아는 직장과 전문직을 버리고 창업을 했다. 중간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5년 사이에 50명이 넘는 직원들을 채용해서 회사를 꾸리 나가고 있다. 여기까지는 크게 다른 E와 다를 바가 없을 수 있다. 이 분의 진가는 출장이나 회의 등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다. 출장 중 하루에도 최소 10건 이상의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안다. 출장에서 돌아와서는 내부 회의하면서 누구를 아는데 직원한테 그 누구를 연락해봐라 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게 할지 생각한다. 이 분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잠을 안 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을 안 자고도 체력이 유지되는 것은 20년 넘게 아침마다 수영을 한 덕분으로 추정된다.
2) 링크드인의 제왕 E: 링크드인(LinkedIn)은 비즈니스 SNS이다. 지금까지 난 링크드인을 구인공고 볼 때와 헤드헌터들이 친구 맺자고 할 때만 사용하였다. 그러다 보니 내 링크드인 친구들은 내 분야 사람들과 헤드헌터로 한정되었고 많이야 400명 정도 선을 유지했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외국인인데도 나보다 한국 사람들을 더 많이 아는 E가 있었다. 같이 외부 미팅을 나가면 이 분은 약속 하나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약속을 잡는다. 놀라운 것은 만나는 사람을 미리 알았던 것이 아니라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을 한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링크드인 친구가 12,000명. 나의 30배다. 더더 놀라운 것은 한 달 후에 다시 물어보니 16,000명. 본인 말로는 예전 직장에서는 연구만 하다 보니 갑갑해서 사람을 만나고 싶어 1층을 내려갔었다고 한다.
3) 본인 이름을 딴 상이 있는 E: 어쩌면 가장 특이한 케이스일 것이다. E의 극한을 보여주는 분일지도 모른다. 내가 포틀랜드, 미국에서 일 년을 살 때 알게 된 미국인이다.
어찌 보면 이 글을 쓸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분이 E의 최고봉이 아닐까 해서였다.
왜냐하면 본인이 다닌 학교에서 졸업 후 본인 이름을 딴 상을 봉사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한 재학생에게 주고 있었다. 웬만하면 상은 좀 연륜이 있거나 작고한 분 이름을 따서 시상하는데, 이 분은 그러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분은 가만히 있지를 않고 지역 사회의 사람들을 많이 알며 심지어 오레곤주 의원 후보로 출마까지 했었다. 어지간한 지지자들이나 아는 사람이 있지 않고는 출마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우리 가족을 다른 파티에 초대하는 것은 덤이다.
One more E…
세미나의 제왕 E. 항상 세미나에 가면 만나게 되는 분이다. 이 분은 어떻게 보면 E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분이 언제 한번 저녁을 먹자고 해서 나가보니 본인은 알지만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을 모았다.
ESTJ 아내는 네트워킹을 하느라 집에 저녁 11:27분에 들어왔다.
ISTJ 남편은 덕분에 소재가 생겨서 오래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