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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Apr 02. 2019

공간탐닉, 40대 아저씨 공간에 눈뜨다 _ 5

다섯번째 글: 원목마루를 탐하다



6년 전 샀던 우리의 첫 번째 집, 인테리어를 간단히 진행하느라 기존 마루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 당시, 언제인지 모르지만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나만의 원목마루를 탐하리라 다짐했고, 드디어 그 다짐을 지켰다.


바닥의 감촉이 좋다. 40년만에 발바닥이 호강한다.




두 번째 집을 샀다.
이 말은 주말이 주말이 아니다는 말이다.
주말마다 새롭게 집을 탐하기 위해 쉼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와이프에게 이끌려 주말마다 원목마루를 찾아다녔다.
아주 고가에 수입된 원목마루를 보며 집에 깔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양한 원목마루들




맨발로 그 감촉을 매일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인테리어는 가성비를 살펴봐야 한다.
모든 취미, 취향이 그러하듯이.
원하는 원목마루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한 달 넘는 주말 동안 원목마루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주말마다 원목, 원목, 원목이 일상이 되어갔다.
또한, 일반 원목마루에서 광폭 원목마루로 눈은 높아지고 있었다.
원목마루에도 다양한 종류들이 있지만 같은 종류에서 폭이 넓을수록, 두께가 두꺼울수록, 길이가 길수록 더 가격은 높아졌다.
당연히 폭이 좁은 원목마루보다는 폭이 넓은 광폭 원목마루가 설치 시 더욱 이쁘게 보였다.

간사하게도 더 이쁘고 깔끔한 것은 몸이 먼저 반응한다.

한번 높아진 눈은 쉽사리 타협을 시도하지 않는다  

원목에 대한 탐닉이 계속되던 어느 날, 원목마루를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너무 벗어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약간만 벗어난 원목마루가 아닌 원목이 잔뜩 쌓여있는 장소로 향했다. 죽산 목공소라는 아주 멋진 공간에 놀러 간 것이다. 추운 날이었지만 햇살이 좋았던 그날은 우드 슬랩에 사용되는 원목 상판을 원 없이 탐닉해보았다.


경매하는 우드슬랩, 다양한 나무들이 이 날 경매에 나왔다. 물론 경매로 나온 우드슬랩 이외에도 정말 많은 우드슬랩들이 존재하는 이곳은 바로 죽산목공소다.



언젠가는 우드 슬랩 식탁을 써보고 싶었지만 내가 원하는 우드 슬랩 식탁은 2800-3000mm 정도 되어야 아리따웠고 그 사이즈는 엘리베이터에 탑승이 되지 않는 단점이 존재했다.

사실 길이 3.5M, 폭 1.1M가 내 눈에는 제격이었다.

이 길이는 이번에 인테리어를 하면서 구현하긴 했다.

비록 다른 공간에 구현한 것이지만...


공간탐닉을 하다 보면 점점 높아지는 기준 때문에 심리적 갈등이 심해진다. 원목 식탁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우드 슬랩은 향후 단독주택에 거주하게 된다면 다시 고민해 볼 아이템으로 남겨두어야 했다.




햇살 좋은, 겨울날. 사람들이 경매에 나온 우드슬랩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다양한 원목들을 살펴보고 만져보았다.

죽산 목공소에서는 1년에 4번 우드 슬랩 경매 행사 겸 체험행사를 진행하는데 이러한 행사에 참여해서 잠시 머리를 식혔다. 선택의 연속인 인테리어 탐닉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선택의 길에 서게 만든다.
연속된 선택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원목마루를 고르면서 생겼던 두통을 죽산 목공소에서 잠시 던져버렸다.



하루에도 몇번씩 발바닥으로 촉감이 좋은 원목을 찾아다닌다. 아직 찾지못한 촉감좋은 곳들을 집안에서 찾아 헤맨다.



결국 선택한 광폭 원목 마루는 위에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원목마루에는 나뭇결들이 살아있는데 우리 집 둘째가 발로 이러한 촉감을 체험하고 너무 좋아했다. 나 역시 집안을 걸어 다닐 때 느껴지는 나무들의 촉감들로 기분이 들뜬다. 약간은 거칠 거리지만 나무의 결이 발바닥을 스쳐 지나갈 때 미소 지어짐, 이것 또한 40대에 새로 경험하게 된 탐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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