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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Apr 03. 2019

40대 아저씨, 초코머핀 도전기

40대, 닥치는 대로 무엇이든 배워야 할 시기



우선 밝혀야 할 것이 있다.
직접 초코머핀을 만든 것은 아니다.
와이프가 만드는 것을 옆에서 살펴보았고, 조금의 도움을 주었다.

정말 조금의 도움이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기억하기 위해 글과 사진을 남긴다.
다음에는 당연히 홀로 전 과정을 해 볼 것이다.
40대 아저씨는 지금까지 배우지 못했던 모든 것을 배울 시기라고 주장하고 싶다.
새로운 배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시작하기에 아주 적절할 시기다.


아릿다운 자태의 초코머핀, 국내산 호두를 피쳐링으로 넣었다.



토요일 오후부터 둘째 녀석이 초코머핀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이마트로 필요한 재료들을 사러 갔다.
와이프는 우선 박력분을 선택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이 있다는 것은 와이프가 한때 빵을 만들던 시기에 어깨 넘어 배웠다.
나에게는 다 비슷한 밀가루이지만 종류별로 특징이 있다.
단백질 함량 차이로 강력, 중력, 박력이 나눠지는데 단백질이 우리가 흔히 들었던 글루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외국에서 밀가루를 살펴보면 T65, T55 이런 표현을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T65이상이면 강력분, T55이하이면 박력분이다.

들어간 재료는 아래와 같다.
계란, 우유, 버터, 박력분, 설탕, 코코아 가루, 초콜릿커버춰, 초코칩 등



제과 제빵에 필요한 다양한 기구들



와이프가 박력분을 택했다는 건 바로 박력분이 과자류를 만드는 밀가루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40대 아저씨들은 한번 더 확인하게 된다.


“강력분과 박력분 차이가 머야?”라고..




간단한 답이 돌아온다.

“강력분으로 만들면 빵이 되잖아”

그렇다. 강력분은 빵, 박력분은 제과로 머릿속에 정리되었다. 다시는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버터를 볼 때마다 두렵기는 하다. 저 버터가 내 뱃살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이미지가 떠올라서.

우유와 버터를 전자저울로 체크하고 녹이기 전 모습이다.





전자저울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박력분과 코코아 가루 중량을 체크한다.
고운체에 거른다.
계란도 풀고..




초콜릿커버춰가 사방으로 날라간다. 부수면서도 청소 걱정이 앞선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초콜릿커버춰를 사정없이 난도질한다. 우아한 자태의 초콜릿커버춰 모습은 중요치 않다. 산산조각 난 초콜릿커버춰만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당연히 조각조각난 초컬릿커버춰만 찍었다.




LED등에 반사된 끈적이는 반죽이 날 이끈다.



자, 이 모든 것을 합치면 반짝반짝 빛나는 초코머핀 반죽으로 탄생한다. 여기에 초콜릿커버춰를 사정없이 밀어 넣어야 한다.





상상보다 담백하다. 초코머핀이 아니라 단백머핀이라고 불러도 좋다.




최종적으로 맛본 초코머핀의 맛은 상상했던 것보다 담백했다. 설탕을 무지막지하게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백하다니. ‘누텔라를 넣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 먹는 맛 따라가려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설탕과 소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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