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까지 잘해 온 걸까
처음 만난 게 언제더라, 초등학교 때였는데
친해진 건 아마 6학년, 13살 때.
그 후로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찰떡같이 지냈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주 7일을 붙어 다녔으니
그 정도면 서로 모르려야 모를 수도 없는 사이다.
애인같이 매일매일 꼬박꼬박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네가 먼저야'라고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어제는 너무 힘이 들어 그 친구에게 전화해 엉엉 울었다.
'괜찮아, 괜찮아' 다독여주기는커녕
'너 안 괜찮은 것 같다'라고 말해주는 야박한 지지배지만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라서
참 고마웠다.
이십 대 초반의 여대생이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 왔는가'를 되돌아볼 때
기준이 되는 척도는
'지금 내 옆에 어떤 친구가, 얼마나 있는가'
무슨 얘기든 터놓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부르면 달려와 줄 친구가 있는지.
깊고 좁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있고, 넓지만 얕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좀 좁더라도 깊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편인데,
대학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듯하다.
사람을 사귈 때부터 '나와 잘 맞는 사람일가'보다는
'저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사람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혹여나 날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 서로 눈치 보고,
'한 명쯤 모르고 살아도 아무 문제없을 거야' 조금만 싫으면 인연을 끊어버리기 일쑤다.
현대인의 고질적인 외로움은 여기에서 오는 걸까.
그 와중에 나에게 아직 몇몇의 친구다운 친구가 남아있다는 건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이 정도면 지금까지 그렇게 못 산 건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겠지.
잃지 않도록, 잊히지 않도록 계속해서 노력하면 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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