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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민 Nov 18. 2021

30. 4번째 집 계약을 했습니다.

 최근 할인분양하고 있는 한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 문의가 있었습니다. 신랑은 대출관련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할인분양중인 그 아파트는 야심차게 완공한 뒤 분양이 되지 않아 그 여파로 건설사 부도에 이르기까지 했죠. 그래서 이미 들어온 바가 있기는 했지만, 생각지도 않게 직접 계약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할인분양이라는 귀 번뜩이는 상황에 신랑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집에서 1시간 떨어진 그 곳에 어느 평일 수요일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53층 모델하우스가 있는 층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아파트와는 다른 풍경이 그려졌습니다. 입구에는 경비원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1층 로비는 2층 높이 혹은 그 이상의 층고였으며, 입주자 전용 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물론 아이들, 입주자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모습은 여느 아파트와는 다를 바 없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아파트만의 눈에 띄이는 그 무엇들은 카타르항공 숙소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카타르항공에서는 승무원에게 숙소를 제공하며, 1층 로비에는 스리랑카, 네팔, 파키스탄, 인도 등 출신의 시큐리티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2인이 24시간 상시근무로 한 사람당 12시간씩 근무했었죠. 방문자가 오면 방명록을 기록하고 카타르항공은 미니멈레스트나 통금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숙소에 묵는 승무원이 회사의 규율을 지키는지 어떤 의미에서 확인하는 보조적인 역할이었을 듯 합니다.


여의도의 한 브런치 카페에 간 적이 있습니다. 51층, 단번에 쉬지 않고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타니 2-30층 지날 때는 귀가 한 번 먹먹해 오더군요.


비슷한 높이를 지나갈 때 귀가 먹먹이다 풀리고 나니 53층에 도착해 있습니다. 한 층에는 6세대가 살고 있었습니다. 세대간 마주칠 일이 몇이나 있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복도 중앙에는 일반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투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카타르 숙소도 비슷한 구조였습니다. 한 층에 6호 정도 있었으며 복도 중앙에는 쓰레기를 투하할 수 있는 쓰레기 통이 있었습니다.


카타르항공 퇴사 후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때 알게 된 사람들과 그 때의 추억을 얘기한다 해도 비행, 비행지에서의 추억에 한한다면 문득 이렇게 찾아온 이 곳에서 지난 숙소가 생각이 났네요. 제가 카타르에서 살던 만수라3 건물은 꽤 오래된 건물 중 하나여서 새로 지어지는 화려한 숙소에 비하면 밋밋했었기에 그 밋밋함이 닮아 있다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깔끔하고 시원했습니다. 모델하우스의 최소한 인테리어와 정돈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앞 뒤 동이 고층이었던지라 제가 있는 층이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오히려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이 43층이라며 이 층에서 10층 아래인 저 곳이라며 손으로 가리킬 때는 상대적으로 43층마저 낮게 느끼졌기 때문입니다. 43층의 높이가 가늠이 안 될 정도라니 생각해보니 재미나더군요. 지금은 8층에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1번째 집 계약>

처음 아파트를 매매한 건 청약의 힘은 아니었습니다. 카타르항공에 재직중일 때 결혼을 했었기 때문에 퇴사 후 신혼집이 필요했는데, 도련님이 근처 알아보다가 미분양 세대가 있는 아파트를 발견합니다. 오프 때 한국 방문해서 남은 매물 중 동 호수를 골라 계약하게 되었고 그게 첫번째 집 계약이었습니다. 2년 뒤인 2015년 8월 13일 입주해서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2번째 집 계약>

현재 살고 있는 곳에 지하철 4호선이 연장되고, 그 연장선의 다음 역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매주 추첨을 통해 금을 증정하고, 계약자에 한해 자동차를 증정하는 파격적인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며 이미 1단지 완판, 2단지 완판 후 3단지 분양을 하고 있었지요. 매물이 있으면 매매여부를 결정하는 거라 청약통장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지하철 노선이 연장된다면 교통편에서 이점이 있고 평당 가격이 괜찮아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큰 평수는 아니었기에 실거주보다는 투자목적으로 하나 받아두자는 판단에 전체 층수 대비 고층이라고 생각한 20층을 계약하게 되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조합원 아파트였습니다. 계약 후 다소 시간이 흘렀으니 건물이 올라가고도 남았을텐데, 안타깝게 관심에서 잊혀지고 있습니다.


<3번째 집 계약 - 도련님 명의>

생각해보면 청약 통장 없이 계약에 이른 건 한 건이 더 있었습니다. 이건 제가 계약한 게 아니라 저의 신혼집을 도련님이 알아봐주신 것처럼, 선착순 분양한다는 문자를 우연히 보고 달려가서 얻어낸 31층 매물로 도련님 이름으로 계약을 한 거이지요. 주상복합 아파트이지만, 바로 앞 역세권이다보니 이미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에 지금와서 높지 않은 층수라도 받아뒀어야했나 싶은 곳이기는 하죠. 31층이라는 고층은 방문했을 때 공개되지 않은 층수였던데다 청약당시 경쟁률도 상당했었기에 일반 사람들이 미분양 잔여세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결론은 쉽게 받을 수 있는 층이 아니었는데, 그 내막은 다음 편에 적어보겠습니다.


<4번째 집 계약>

1번째 방문은 신랑 혼자 다녀왔으며,

2번째 방문은 43층 매물이 있다고 했습니다. 계약금 마련 및 이사여부에 대한 고민으로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러던 중 연락이 옵니다. 방문해야 할 거 같다면서요. 신랑은 김칫국을 마셨습니다. 43층보다 더 나은 매물을 보여주려고 그러는구나 하면서요. 사실 그러면서도 반신반의한 건 있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매도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게 컸지요.  

3번째 방문은 퇴짜였습니다. 그 43층 매물이 물 건너 갔다는 말을 하더군요. 전세자가 정착하기로 마음을 바꿨다면서요. 사실 그 뒷부분이 중요했지요. 그렇지만 이 매물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신랑은 그걸 예상하며 간 거였는데, 이전 매물은 물 건너 갔고, 현재 보여줄 매물은 없습니다? 사람 마음을 알면서 그러는건지 몰라서 그러는건지 무슨 생각으로 오라고 한 건지 싶더군요. 계약금 입금을 주저하니 빠른 회전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넘긴건지, 아니면 보란듯이 매물 있다고 소개할 때 바로 잡으라는 메세지를 주려고 했는지요.


머리가 어지럽더군요.


2번째 방문은 반신반의였지만, 3번째는 역전된 상황에 한 대 맞은 기분이었죠.

머리를 식히며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결론을 냈습니다.


고민할 여지없이 계약할 수 있는 매물을 달라고 한거죠.


그로부터 며칠 뒤 연락이 왔습니다. 49층을 제시합니다. 전보다 층수는 올라갔고 가격대는 비슷합니다. 신랑이 직방을 통해 그 곳의 조망권이 어떨지 꼼꼼하게 확인해보더군요. 그리고 결론은 조망권이 아쉬우니 다른 물건을 알아봐주세요.


2020년 7월 9일,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로 취등록세 인상에 대한 이야기와 그 날까지 계약서를 작성해야 소급적용이 될 수 있다는 말 때문만은 아니지만, 현장에 도착하자 예상에 없던 50층을 보여주는데, 무엇보다 달라진 건 가격이었습니다. 분명 49층과 50층은 한 층 차이인데 그렇게 가격차이가 나는가 싶었지만, 위치한 동이 달라 그로인한 조망과 남향과 북향도 달랐으며, 방의 개수를 나누는 타입도 다른 극과 극의 매물을 2개를 보여주더군요. 미리 알려주었으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고민했을텐데, 현장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풀어내놓으며 밀당하는 스킬에 나중에는 머리가 어지럽더군요. 그렇게 얼떨결에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상 입주 확정이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좋은 가격에 좋은 사람들에게 넘겨져야 무탈하게 이사를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에, 설레발 치는 건 아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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