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긍정스민 Aug 26. 2020

32. 코로나 이후 집콕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3-4년 전일까요. 전직에서 알게 된 동생이 관악구에 한 아파트에 분양 당첨이 되었다며 저한테 연락이 왔었죠. 그 당시 분양가가 6억 내외였던 거 같아요. 서울이라는 입지가 무기라는 건 알겠지만, 서울 변두리 쪽 경기도로 눈만 돌려도 같은 평수를 더 낮은 가격으로 분양 받을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고, 출퇴근에 큰 영향을 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서울권이라는 영향력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경기권도 괜찮다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서울 입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생이었기에 일단 분양받은 곳에 계약을 하라는 말을 했었죠. 선택은 그 동생네 부부의 몫이었고, 여러 정황을 판단한 뒤에 그들이 내린 결론은 분양을 포기하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 뒤, 분양 받은 아파트 집값이 2배가 되었다며 그 때 언니말 들을 거라며 아쉬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금호동 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며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큰 생활권이 바뀌었으며, 아이를 낳고 집과 시댁이 주 반경이 되었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집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 반경 생활권에 대한 인식이 앞으로도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카타르에 재직 중일 때 결혼을 했었기 때문에 퇴사 후 한국에 들어오면 살 집에 대한 탐색은 휴가 때 틈틈히 했었습니다. 사람 사는 집에도 들어가서 구경하고 했었는데, 시동생이 근처에 봐둔 곳이 있다며 가보라는 말에 들린 곳은 한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였습니다. 당시 미분양으로 고를 수 있는 물건은 손에 꼽았고, 미분양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망설이는 것도 잠시 그간 모아둔 계약금 입금하며 생애 첫 집계약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2013년에 분양을 받고 2015년 입주를 1달 앞두고 귀국을 했었죠. 당시 항공사를 떠나려는 마음과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 커지다보니 입주시기를 잘못 알아서 1달 먼저 들어온거라 잠시 시댁생활을 했었죠. 


지금이 2020년이니, 그로부터 5년이 흘렀습니다. 

숨쉬고 산 것 뿐인데 그간 이 곳도 가격이 오르고 보니, 서울권 수십억 아파트 값이 허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근로소득으로 땀 흘려 모을 수 없는 돈일텐데, 숨만 쉬고 살다보니 자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주변에서도 종종 들립니다. 


서울와서 처음 거주했던 옆 집에 살던 친구가 2-3년 전, 사가정 아이파크 분양을 받았습니다. 당시 분양가 6억이라고 했을 때, 제가 살던 곳이 입주 후 조금씩 올라 5-6억을 할 때여서 그 분양가가 결코 적은 금액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 친구는 중도금 대출도 가능한 받지 않으려고 중도금 납입일이 다가올 때마다 불필요한 보험 등 해지하며 어떻게든 그 금액들을 맞춰 내려는 걸 보면서 애쓴다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워낙 대출 받는 걸 꺼리는 친구라 마음의 여유는 없어 보였지만, 한편으로 생활력 강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며칠 전 신랑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네 친구, 아이파크가 사가정에 있는거지?"

아이파크이긴 한데 위치는 기억이 가물하던 차에 신랑은 거기가 맞다는 확신을 하네요.

"거기 지금 실거래가 12억이야." 


그 말을 듣고 실거래가 검색을 해보니 구체적인 평형수 단지내 구성은 잘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이면 분양가 대비 2배, 6억이라는 돈을 벌었네요? 머리 한 대 맞은 거 같았습니다. 분양가 6억도 적은 금액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12억이라니! 


친구에게 축하한다며 오랜만에 전화해봅니다.  

"축하해!"

갑자기 무슨 말인가 얼떨떨해 합니다.

"6억 벌었네~ 맛있는 거 사줘." 

"가구 사느냐 돈이 없어."


8월 초부터 입주 시작이라며 돈이 없다고, 2년에 근로소득으로 벌 수 없는 6억의 가치를 안다면 기분이 좋아서라도 말이라도 알았다고 할 거 같은데, 아껴가며 중도금 마련하며 이뤄낸 집이라 그런지 돌아오는 대답은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그 친구의 씀씀이를 알기 때문에 한편 잘 되서 다행이고 그간 수고했다 싶었죠. 한편으로는 10억 넘는 집에 산다해도 마음이 넓어지지 않으면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이라는 입지가 중요하다 싶지만서도 코로나 그 이후 세상은 점점 생활반경을 줄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 십분 체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잠시나마 재택 근무화 되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며 외부활동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는 한 앞으로 일상적인 생활은 다시 가능해질까 싶은 날입니다.  


코로나 그 이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31. 다시 집을 계약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