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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싸부 Feb 07. 2024

한국 축구, It’s not your fault -

<카타르 아시안 컵 준결승 관전평 _ 대한민국 vs 요르단>


     

진짜 좋아하는 배우들이 있다. 얼굴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아니 그냥 그 배우가 출연만 한다고 해도 티켓값은 ‘따위’가 되어버리는 그런 존재들 말이다. 그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조리 나오는 드라마가 곧 시작한다고 했다. 와, 내가 살면서 이걸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매회를 목욕재계 하고 실시간으로 시청할 결심을 했다.      


마침내, 드라마가 시작을 했는데 맙소사 이거 도대체 뭐지, 각본이며, 연출이며, 촬영이며, 총체적 난국이다. 처음이니까 그렇겠지 했는데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배우들이 열연을 펼칠수록 마음이 아프다. 애초에 정해진 틀이 엉망이다 보니까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응원하기 위해서 여전히 실시간으로 시청은 하지만 맘 편하게 볼 수가 없다. 희비가 엇갈린다. 배우들은 계속 보고 싶은데, 작품이 너무 엉망이라 제발 빨리 끝났으면 하는 ... 이 배우들 모아놓고 이런 드라마를 만든 감독이 진심으로 원망스럽다.      


아시안 컵을 보는 내 마음이 꼭 이랬다. 설마설마했다. 아무리 감독이 해외에서 워낙 전술 없고 무능력 하기로 검증(?)된 클린스만 이어도 에이 그래도 지금 우리 국대는 황금세대인데, 특별히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손흥민은 어나 더 레벨인 선수들인데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축구는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어떻게’로 다루기 나름이었다. 요르단은 피파랭킹 87위고, 우리나라는 23위다. 무려 64의 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참혹할 정도로 밀렸다. 그것도 3주 정도 전에 이미 상대해본 나라에게 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요르단 보다 부족해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실책이 많아서?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단순한 예를 들고 싶다. 축구게임을 하는데 한쪽은 세계랭킹 1위 아르헨티나를 골랐고, 한쪽은 중국을 골랐다. 근데 프랑스를 고른 쪽은 초등학생이고, 중국을 고른쪽은 프로게이머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이게 지금 우리나라 축구의 현실이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우리나라의 주포라고 할 수 있는 이 세명을 가지고 90분 동안 유효슛팅 0개가 나왔다. (그것도 이 셋이 때린 것은 아니다) 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축구하듯 뒷공간으로 시원하게 달려서, 혹은 사이드에서 툭툭 치다가 주특기인 감차로 마무리 하는 장면을 못 보여주는가, 황희찬은 평생 술안주인 반다이크를 접어버린 접기신공으로 팍팍 접으면서 요즘 절정에 오른 폼을 왜 못 보여주는가? 이강인은 평가전이나 예선전때처럼 압도적인 기량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지 못하는가?      


그게 바로 전술의 부재다. 그런 그림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전술의 유재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요르단의 알 나이마트, 알 타마리는, 마치 메시가 빙의한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정말 놀라운 모습이었다. 그러면 이 두 선수가 객관적인 기량만 따졌을 때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보다 잘하는가? 소속 되어 있는 구단만 봐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잘 할 수 있었는가? 그 두 선수가 잘 할 수 있도록 전술적으로 미리 다 셋팅을 해놨고, 그 안에서 능력치가 극대화 되었으니 그렇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그 둘은 수비를 가담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전방에 배치 되어 있는 상태로 주구장창 카운터 어택만 할 수 있게 해놨다. 그러니 체력도 충분히 비축 된 상태에서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거기에 김민재라는 거대한 벽도 없으니 신나서 날뛸 수 밖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멍청하게 축구 했는지 말해볼까. 먼저 볼 경함이 있을 때 세컨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 전혀 디테일한 설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세컨볼 싸움에서 이기는 것을 거의 보기 힘들었다. 황인범과 이강인의 포지션은 계속해서 뒤죽박죽으로 엇갈렸다. 강인이는 오른쪽 갔다가, 왼쪽 갔다가, 가운데에 있다가, 황인범은 공미 자리에 있다가 수미로 갔다가, 사이드로 가고 이러니 힘이 분산 되고 공격 전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게임이 안 풀리는 후반이 되면 손흥민은 오른쪽으로 가고, 이강인은 왼쪽으로 가게 되어있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왜?      


조규성을 교체 카드로 투입하고선 앞에서 패스 축구를 하고 자빠졌다. 조규성 카드는 헤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것인데 투입 되고 나서 크로스가 몇 개나 올라갔는지 생각해보자. 앞에서 그렇게 잘게 잘게 쪼갤꺼면 오현규를 넣지 왜 조규성을 넣은 것일까? 큰 실수를 한 박용우는 전반부터 불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 감독은 멘탈 관리를 해주던가, 빨리 교체를 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진작에 놓쳤다.      


어떤 것도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극대화 시켜서 해낼 수 있도록 셋팅이 되어있지 않았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90분 정도 되었을 때 우리 나라 선수들이 거의 포기한 듯 성질내면서 질주하고, 담그고, 에라 모르겠다처럼 플레이 했겠는가? 김민재가 사우디랑 할 때 딱 그런 마음이었다니까? 그래서 엘로우 카드 받은거라니까? 선수들이 감독 신뢰할 것 같아? 이런 감독 아래에서 뛰는게 좋을 것 같아? 동네 축구 하는 나도 감독이 나 라는 선수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이해도가 전혀 떨어져서, 이상한데 세워놓고, 이상한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들면 진짜 얼굴도 보기 싫고 그날 축구 자체가 하기 싫어지는데?      


이렇게 처참한 수준인데도 4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운이었고, 그 운을 가동하게 만들어낸 것은 우리 선수들의 투혼이었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말해보자면 그동안의 모든 실점해야 마땅한 것들을 김민재가 막아준 것이었다. 아마 이번 경기도 김민재가 있었다면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그래봤자, 공격이 유효슛팅 0개인데 말해 뭐할까. 그리고 조현우가 없었다면 아마 2:0이 아니라 5:0까지도 갔을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의 선방은 정말 눈부셨다.      


경기 끝나고 허탈한 표정으로 덩그러히 운동장에 서있는 손흥민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상대팀 감독과 표옹을 하고 여전히 실실 쪼개는 클린스만 감독을 보면서는 참을 수 없는 육두문자가 터져 나왔다. 한 인간을 이정도로 싫어할 수 있구나를 새삼 알게 되었다. 손흥민이 인터뷰를 하는데 너무 많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달 되어서 먹먹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혹자는 그래도 우리나라 축구이고, 우리나라 선수들이고 다들 열심히 하는데 뭘 그렇게 비판하냐고 그저 열심히 응원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되는거 아니냐고 그게 우리의 몫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그럼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그 누구보다 그렇게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이런 황금세대 멤버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는데 그 버스가 지금 낭떨어지를 향해서 가고 있다. 그러면 그래도 우리선수들 파이팅! 이라고 대책 없이 응원만 하면 되는 것인가? 그럴땐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이다. 그 길 아니라고, 그렇게 하면 다 죽는다고, 망한다고, 끝이라고, 제발 !!! 과연 무엇이 진정한 ‘응원’일까?      


그냥 이 축구계 마저 돌아가는 꼴이 꼭 대한민국의 사회, 정치 구조랑 꼭 같기 때문에 더 열불이 나는 것 아닐까.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 앉아서 그 일을 잘 수행해서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저 개인의 사리사욕에 따라 필요한 사람을 자리에 앉히고, 어떤 정책이나 대안들이 잘 실행 되게 만드는 것은 안중에 없고 카르텔이 견고해지는 것만 가속되어, 결국에는 각자도생으로 죽어라도 뛰는 것 외에는 생존할 수 없는 나라가 되어가는 것과 오버랩되어서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는다.      


나는 축구를 사랑한다. 우리선수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이들이 고개 숙인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활짝 웃으며 서로 얼싸안고 승리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다. 다만, 어디서부터 희망의 첫소절을 띄어야 하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 관전평을 써왔지만 이렇게 절망적으로 마무리 하는 것은 처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클린스만 감독님, 당신은 이런 축구를 하고도 인터뷰를 하면서 책임을 지셨나요? 이렇게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이정도 밖에 못한 건 당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거나, 국민들과 선수들에게 사과 하는 발언은 전혀 하지 않으셨죠. 이게 맞다고 생각하나요? 오히려 그걸 오롯이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다 짊어졌죠. 또 다른 선수들이 비판을 받으면서 각자의 책임을 지면서 힘들게 살아가겠죠. 그리고 당신은 이제 또 재택근무를 하시겠죠? BJ활동도 하실꺼고요. 당신은 축구를 좋아하긴 하나요? 당신은 우리나라 축구, 우리 선수들을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신은 내가 여태까지 본 모든 국대 감독 중에 최악입니다. 팀과 선수들이 우는데, 웃는 당신의 미소는 역겹고 인류애를 상실하게 만듭니다. 제발, 빠른 시일내에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는 그제서야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나 고생하셨고, 고맙습니다, It’s Not Your Fault -          


<사진출저 :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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