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가 떨고 싶다. 내 눈엔 참 재미있는게 많은 요즘 세상이다. 아니 이전부터 그랬나, 나는 참 여러가지를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뭐 하나에 꽂히면 파고, 뚫고 내려가서, 마침내 그 핵에 도달해 폭발 시키고 말아야지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생기는 울림과 떨림들이 무수한 언어를 파생시키는데, 그걸 어디가서 말할때가 없으면 마음은 어쩐지 혼자 심통이 난다.
희귀하게도 내 주변엔 가히 평생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 정도의 농도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지금도 제법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여전히 참 운이 좋았다 생각하는 것은, 아내는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비슷하게 재미있어 하는 혹은 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연예인들 걱정을 자주 하는 편이다. 성실하게, 계획적으로 유투브를 시청한다. 웹툰은 삶의 기둥 중 하나다. 보는 드라마가 흐르지 않으면 삶이 푸석푸석해진다. 축구 이야기에 환장하고, 축구 경기 중계욕심이 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을 사랑한다. 이 모든 것들에서 파생되는 밈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재미로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는 이런 대부분의 것들을 공유하고, 공감한다. 그래서 좋아한다. 그러나 나의 이 압도적으로 빠르게 증폭되는 세계관을 아내가 부지런히 따라오는데는 한계가 있다.
나와 연결된 이들에게 이런 세계관을 늘어놓으면 공감하는 사람들은 소수다. 다들 눈을 껌벅껌벅거리며 그게 뭐에요 라는 눈빛을 보낼때가 있다. 아쉽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에게 이런 세계의 언어를 공유할 수 없다니.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은 내가 말하는 세계와 언어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데 수많은 밈을 남발했다. (외모 췍!을 하니 초 4 남자 아이들은 거의 뒤집어지듯 한 5분을 웃었다.)
아이들은 이런 반응이었다. 아니 이 선생님 도대체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나는 이런 반응이었다. 와, 너희 내가 알고 있는걸 알고 있고, 알아주는구나, 반갑다. 여기서 기분 좋은 시너지와 가공할 라포가 발생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그간의 외로움이 힐링이 되는 걸 감추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파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싶다. 어서 유투브를 해보고 싶다. 할 말이 많다. <베테랑 2>에 대해서도, <흑백요리사>에 대해서도, 각종 현상들과 사건들에 대해서도, 그저 말이 넘쳐난다.
물론 나는 글로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잘 직조된 한편의 글 보다, 이런 컨텐츠들에 대해서는 그냥 되는대로 힘껏 수다를 떨고 싶다. 특히 최근에 <흑백요리사>에 관해서 회차별로 수다를 떤다고 하면 한편당 한시간씩은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다.
막상 누군가를 만나면 말이 많은 사람에 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혼자 할 말은 늘 많은 사람이다. 답은 유투브 밖에 없지 않나 반복해서 생각해본다. 내가 만일 유투브를 시작하면, 우리 선생님 유투브 해, 라고 하면서 아이들이 참 좋아라 하겠지, 쉽지않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