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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싸부 Oct 29. 2024

오전은 노력하는 시간입니다



오전은 노력하는 시간입니다. 교습소는 제법 잘 흘러가고 있다. 흘러가게 만든 몇가지 요인을 생각해봤다. 


   우선 위치와 인테리어가 참 좋다. 초등학교에서 10초 거리다. 1층이다. 학원 커리큘럼과 프로그램, 시간표를 붙여 놓기 전에는 미용실 인줄 알았다는 말을 들었다. (인테리어가 그만큼 깔끔하다는 말로 해석해버렸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왔다갔다 보이니 자동 광고가 된다. 


   시대를 잘 탔다.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었는데 마침 ‘국어’ ‘언어’ ‘문해력’ 이런 키워드로 분류할 수 있는 이슈들이 절정에 치닿는 타이밍에 오픈을 했다. 원래 있었던 문제 이지만 수면위로 떠오르니 그제서야 절실함이 발생해서, 그 지점에서 자연스러운 공급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다 했다. 교습소를 해라, 네. 인테리어는 이렇게 하자. 네. 이걸로 교재 하자. 네. 수강료는 이렇게 하자. 네. 아이들 출석체크와 관리는 이렇게 하자. 네. 방학때는 이런식으로 특강하자. 네. 스터디카페 운영하자. 네. 매시간 수업한 내용정리해서 학습 알림장 보내자. 네. 시키는대로 하니까 다 잘됐다. 


   여기까지는 다 운적인요소라고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 그래서 교습소가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떤 운은 초자연적인면이 가득하다. 그러나 어떤 운이란 성실하게 쌓아 온 것들이 때가 되어서 폭발하는, 마치 계절과 같은 자연적 속성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시절은 어느 한쪽이 승자라고 손을 들어줄 필요도 없이, 적절한 비율이었다 믿는다. 


   이제 운은 충분히 다 썼다라고 믿기로 했다. 이제 써야 할 것은 노력이라고 믿어야 했다. 나는 아침 시간을 ‘노력하는 시간입니다’라고 이름 붙였다. 


   원래도 오전에는 연락을 안 받고 안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안하기로 결심했다. 오전에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 잘 가르치기 위해서 필요한 첫째는 체력이다. 운동하는 노력이 우선이다. 오전에는 운동하는 노력을 한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흘러감이라는 신비가 발생한다. 어떤 가르치는 내용(컨텐츠)에 그 존재가 가진 사유의 기운과 존재의 경향성과 철학이 자연스레 묻어나기에 당연한 말이다. 그렇기에 내가 어떤 존재로 날마다 준비되고 상승하냐에 따라서,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이나, 성인이나, 궁극적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내면세계를 맑고 든든하게, 무엇보다 침착하게 만드는 노력을 한다. 하루 종일 발휘해야 하는 기를 모으는 시간에 가깝다. 그렇기 오로지 나외에 누구도 나에게 들어옴을 허락하고 싶지 않게 만들고 싶다. 삶에 대한 진지함이 여기서 존재에 서린다. 기도가 아니 나올 수 없는 시간이다. 


   교습소는 잘 흘러주고 있으니, 이제는 내가 흘러야 할 차례다. 운은 다 썼다. 이제는 노력 이라는 시간으로 실력을 만들 계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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