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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만 있길 바라지 마라. 선택을 옳게 만들면 된다

성공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성장이라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길

이야기는 내가 진로에 대해 한창 고민하던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수를 마음 먹고 우연히 경상북도의 상주시 화동면 양지리에 위치한 시골 고시원을 하나 발견하고 입실했다. 거기서 지냈던 10개월 동안 나는 앞으로의 삶과 진로에 관련된 내가 할 수 있는 충분한 고민할 수 있었다. 대입 재수를 위해 선택했던 그곳은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꾸는 첫 단추였다. 그리고 고민의 길 끝을 마주한 나는 재수를 그만두고 모델을 준비했고, 모델을 하다가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을 살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세상에 정답은 없고, 각자에게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살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올랐으며 의 삶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19살과 20대 초반의 나이에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부딪히는 삶을 선택한 것은 아주 큰 행운이었다. 이는 내 인생의 큰 자양분으로 남아있다. 별생각 없이 남들 가는 길을 따르는 것이 아닌, 마음의 소리를 듣고 움직인 덕분에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서의 사사로움은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다만, 당장엔 작지만 내버려두면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진심으로 타인을 이해하려 하거나 존중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금 깨달은 점들을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사사로운 마찰이 없었던 것은 내가 나의 벽을 견고하게 쌓으며 스스로를 지켰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벽이 튼튼한 만큼 다른 무언가를 배우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의 유입을 차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생각이 적어도 나의 인생에서는 장답이라 여기며,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지만, 절대 수용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간혹 무례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의견에 내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진심으로 들어보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그럴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나에게 맞는 정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직접적 갈등 상황에 놓여있지 않다면 타인의 견해를 들어도 '그건 단지 네가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도출된 너의 생각일 뿐이다.' 라고 받아들였다. 당신의 삶에서는 그것이 정답일지 몰라도 나의 삶에서는 어떨지 아직 모르는 것'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인정은 하지만, 그것을 잘 듣고 배우거나 생각해보는 등의 확장형 사고는 부족했다.

(인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결코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로지 대화에서 듣기를 잘 하는 경우는 내가 관심있는 주제거나, 나의 말을 하기 위해 상대방 말을 들어주는 경우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1년 동안 학교 생활과 각종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진심으로 듣는 법을 배웠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에는, 나의 무모함이 온 몸을 지배하던 시절으로 지금으로써는 불도저 같던 미흡한 연애의 마침표로 삼고 싶은 전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감정적 방어기제로써 이끌어주는 대로 열심히 살아내고 싶기도 했다. 프로그램 이수동안 바쁜 삶으로 나를 뒤덮어서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효과를 봤다. 이별 후에 겪게 되는 끝없는 우물로 빠져드는 상황은 방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물러지힘들어졌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쁘게 지냈고, 기존의 내 사고방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에 프로그램 명목으로 기존의 내 사고 틀까지 내려놓아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나다움의 태도는 많이 물러져있었다.


요즘에는 다른 사람의 사소한 반응에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잦다. 이런 점이 스트레스지만, 인생은 진자운동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린다. 때문에 '나'에게 극단적으로 초점이 맞추어졌다가 반대편에 있는 '타인'을 들여다보면서 '나'와는 멀어졌지만 다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중간 지점에 안착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이 중간으로 가는 첫 단계다.


이별 이후에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고 내면으로 뻗어진 신경 다발을 바깥으로 뻗치며 의식적으로 타인의 생각과 의견을 들으려 했다. 잘하는 것을 강점으로 키우기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인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인생은 각자도생'. '이 세상에는 절대적 정답은 없고, 각자 놓인 상황이 다르듯이 각자만의 정답을 찾는 것이다'라는 나의 생각은 조금 발전했다. 이제는 '정답은 없고, 그때마다 필요한 선택이 있을 뿐. 우리는 그 선택을 옳은 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정답을 찾으려 했고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연중에 나의 정답은 적어도 나의 삶에 있어서 불변하는 것이라 여겼던 것 같다. 이는 당시의 나를 당시의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했다는 장점과 나를 편안함에 머물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에 불편한 것을 마주하지 않도록 하면서 자리에 안주하게 하였다. 행복하고 편안했을지언정 다른 방향으로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 1년을 보내기 전에는 성공을 갈구하며 내 인생 불변의 정답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젠 성공이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글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불편함을 마주하면서 성장하고 동시에 평온을 유지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은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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