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이 훌륭한 이 선생님은 처음엔 아이들이 우러러 보았으나, 일명 headche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불신을 받기 시작했다. 영어 파닉스 규칙에선 c와 h가 만나면 [취]소리가 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두통을 뜻하는 headache는 예외적으로 [크] 소리가 난다. 우리가 흔히 쓰는 school도 그런 경우이고. 그런데 이 선생님은 이 단어를 너무도 당당히 큰소리로 [헤드에이취]라고 했고, 심지어 바르게 [헤드에이크]라고 발음하는 아이에게 [헤드에이취]라고 교정하며 나를 따라하라고 해준 일이 발생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한 아이가 네이버 사전과 비교해서 선생님 발음이 틀린 것 같다며, 엄마께 말씀을 드렸고 그 어머니가 다시 내게 연락을 주셔서 이 일을 알게 되었다. Y대 대학원생이고, 어학 점수가 상당히 높았기에 믿고 채용했지만, 이건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소리내지 않고 영어를 익힌 한국 교육의 폐해가 이런건가. 정작 눈으로 확인되고, 또 상황이 상황인지라 원장인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럴 수도 있는 일‘ 이라기엔, 발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초등학생 학부모들께는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상황을 파악하고 화들짝 놀란 나는 자조치종을 확인하기 위해 선생님을 따로 불러서 물어보고 수업 준비에 단어 발음 체크를 포함시켜 주시기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학생과 어머니께는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해야 했고 강사 교육에 더욱 철저를 기하겠다고 했다. 소문이 왜곡되어 퍼져 나간다면 학원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이럴땐 빠르고 솔직한 해명이 최고의 대응이다. 하지만 이후 아이들은 선생님이 발음하시는 단어 중 미심쩍은 것들은 네이버 사전을 발음 서비스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일이 잦아졌고 원장인 내게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한동안 이어졌다.
<headache 사건>은 백번 양보해서 높은 어학 점수라는 객관적 지표가 있었기에 ’그래...그럴 수도 있지...‘ 라고 너그럽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약서상 ’아이들에게 가능한 반말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수시로 어겨서 여러 차례 경고를 받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갑자기, 긴급히(?) 아픈일이 자주 발생했다. 어제 까지 너무 멀쩡하다가. 출근 몇 시간 전 오전시간에 문자로 병가를 신청한 게 두세 차례 반복이 되었다. 개인 사정이야 있을테고, 정말 갑자기 감기로 목을 못 쓰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뭔가 솔직하지 못한 태도가 느껴졌고 일에 정성을 다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실력이 조금 부족한 건 가르지만 되지만, 근태(근무태도)가 좋지 못한 직원은 지도에 한계가 있었다. 감기로 목소리가 안나와 출근을 못하겠다고 다시 문자를 보낸 그 날, 나는 고심 끝에 난생 처음 직원에게 해고 통지를 했다.
"선생님, 근무를 계속 할 수 있으시겠어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네...선생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몸이 많이 안좋으신거 같은데, 푹 쉬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간 근무하신 급여는 정산해서 보내드립니다. 추가로 보내드리는 건 병원비에 보태서 쓰시고 맛있는 음식드시고 회복하라고 보내드려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매일 본인의 노트북을 들고 출근했던 그 선생님의 자리에는 개인용 컵같은 따로 챙겨둘 물건조차 없었다. '그냥 정말 시간당 페이만 받는 게 목적이었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씁쓸했다. 이 날 나에겐 선생님들이 오래오래 근무하고 싶고, 지원하고 싶은 학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