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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다움 Nov 29. 2021

초보 선생님 vs 초등학생


강사 20년차, 생계형 학원장 10년 차,

그리고 어쩌다 작가 2년 차.


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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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보 선생님 vs 초등학생     


“원장님, 죄송하지만 도저히 일을 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어려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00 이와 부딪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자존심도 상하고요. 여러 번 고민하고 부모님과 의논했는데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고 그만두고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죄송해요.”     


'하...이건 또 무슨 일인가...?!'     


원인은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었다. 평소 짓궂은 정도가 좀 심한 친구였는데, 다른 학원에서 수강을 거절당한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곳에서 수강을 시작한 지 몇 달 안 되는 아이였다. 이 녀석이 처음엔 낯선 분이라 조심하더니 어린 선생님을 만만하게 여긴건지 종종 예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신경을 거슬렀고, 어린 선생님은 이 아이와의 기싸움에서 번번이 밀렸던 거 같다. 학생을 불러서 몇 번 주의를 주었고, 학부모님께도 가정 내 지도를 부탁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 친구는 선생님 대신 내가 지도를 하였다. 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부딪힘을 줄이려고 애썼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이가 여러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저 선생님, 내가 잘리게 할 수 있어. 이런 조그만 학원에서 일하는데 뭐가 대단하냐?”라는 말을 들은 선생님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선생님을 앞에 두고 '선생님, 1년을 근무하기로 근로 계약서에 썼는데 이건 계약 위반이다.'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다음 선생님을 구할 때까지만 근무해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아...다시 1인 원장 체제로 돌아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약 2주 뒤, 다행히도 Y대 대학원생인 새 선생님이 다시 구해졌고 나의 첫 번째 직원은 그렇게 일 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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